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대체공휴일을 없애자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통상산업부 장관

정례공휴일 선진국보다 많아

성장동력인 근면성 유지위해

어린이날은 5월 첫 금요일로

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통상산업부 장관박재윤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통상산업부 장관



한국은 정례공휴일이 ‘근로자의 날’을 포함해 연중 16일이다.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15일이 임시공휴일로 추가된다. 주말공휴일, 즉 토요일과 일요일은 모두 104일이다. 정례공휴일과 주말공휴일이 겹치는 6일을 차감하면 2020년의 정례공휴일, 임시공휴일 및 주말공휴일은 모두 115일이다. 여기에 설날 연휴 3일(1월24~26일) 중 이틀이 주말공휴일과 겹쳐 주어진 1월27일까지 포함하면 연중 공휴일은 모두 116일이 된다. 1년 365일의 32%가 공휴일인 것이다.

한국의 정례공휴일 수는 세계 9위이다. 캄보디아가 28일로 가장 많고 스리랑카 25일, 인도 및 카자흐스탄 21일, 콜롬비아·필리핀·일본 18일, 그리고 중국은 17일이다. 이들 중 일본·한국 그리고 터키를 제외한 9개국은 아직 후진국권에 머무는 국가들이다.


반면 세계 21개 선진국은 일본을 제외하면 정례공휴일이 모두가 한국보다 1~8일 더 적다. 이스라엘과 핀란드가 15일,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호주·덴마크 13일, 스위스·노르웨이 12일, 스웨덴·룩셈부르크·캐나다 11일, 뉴질랜드·영국·벨기에·미국·싱가포르·아이슬란드·아일랜드 10일, 그리고 네덜란드가 8일이다. 2014~2018년 평균 1인당 국민소득이 룩셈부르크(10만9,147달러)의 27.9%, 이스라엘(3만8,621달러)의 78.8%에 지나지 않는 한국(3만435달러)의 정례공휴일 수가 이들 선진국보다 더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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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다. 일본을 제외한 20개 선진국은 3일 연속 정례공휴일인 경우가 없지만, 한국은 설날과 추석 연휴가 월요일에 시작되거나 금요일에 끝나면 연속 5일을 쉬게 된다. 그리고 설날과 어린이날, 추석에는 대체공휴일이 적용된다. 지난 2017년에는 대체공휴일이 하루 추가돼 10월3일부터 9일까지 7일 연속 공휴일을 가졌다. 한국의 정례공휴일 수가 세계 10위권 내에 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해 공휴일을 7일까지 연속으로 갖는 것이 국가발전의 관점에서 볼 때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는 196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국민이 가진 우수한 기억력과 ‘새마을운동’에 의해 길러진 근면성이 합쳐진 반복력, 즉 맡은 일을 정확하게 기억해 열심히 되풀이하는 능력을 성장동력으로 수출진흥 정책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오늘날 중진국권의 선두그룹에 서게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동안 성장동력의 핵심이었던 근면성이 상당히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일상에서 많이 경험하고 있다. 대체공휴일제도 그중 하나이다. 설날이나 추석의 3일 연휴 중 하루가 다른 공휴일과 겹친다고 해서 비공휴일의 하루를 공휴일로 만들어 공휴일을 모두 다 찾아야겠다는 것은 근면성의 커다란 후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성장동력이었던 반복력에 추가해 정보력과 창의력과 협력력이 합쳐진 지식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반복력, 특히 근면성이 소멸하거나 후퇴해서는 성장의 지속이 불가능하다. 근면성의 유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선 설날과 추석을 위한 대체공휴일제는 완전히 폐지하고 어린이날은 5월 첫 금요일로 변경해 대체공휴일이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가 기존의 성장동력으로서의 근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 시동을 거는 첫걸음에 하루속히 나설 것을 강력히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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