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라임 金회장’ 상장사 망가뜨린 배후엔 제주 렌터카 큰손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관련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펀드 환매 연기 관련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명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불리는 코스닥상장사 스타모빌리티(옛 인터불스)의 실소유주 김모 회장이 회삿돈을 갖다 쓰는 과정에 제주 렌터카 큰손 A 회장이 긴밀히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 회장은 A 회장의 회사를 통해 코스닥상장사 에이프런티어(옛 영인프런티어) 인수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김 회장이 여러 회사를 망가뜨리는 과정에 A 회장이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규명하는 것도 수사선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라임자산운용(라임)에 투자한 피해자와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대화 녹취록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등장한 김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의 사업과 관련해 최근까지도 J사를 보유한 A 회장과 거래 관계를 유지해왔다. 김 회장과 A 회장은 고향 친구다. 앞서 김 회장이 지난해 말 S자산운용과 재향군인회 상조회를 인수하는데 활용한 두 법인의 등기부상 주소가 A 회장의 목동 사무실로 등록되기도 했다.


둘 사이 320억 상당 오고가
김 회장이 지난해 4월 스타모빌리티를 차명으로 인수한 이후의 행적으로 보면 최종적으로 A 회장의 회사를 흡수합병하겠다는 그림을 그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의 사업에는 라임도 약 1,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김 회장이 평소 알고 지내던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합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라임은 우선 지난해 4월 김 회장의 스타모빌리티 인수 직후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을 통해 400억원을 전환사채(CB) 등으로 투자했다.

라임의 자금 투입과 함께 사업은 가속이 붙는다. 김 회장의 인수 한 달 만인 지난해 5월 스타모빌리티는 J사와 ‘렌터카 및 공유경제 서비스 플랫폼 사업’ 관련 업무협약(MOU)를 맺는다. 또 스타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기존 사명이었던 ‘인터불스’에서 스타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이보다 한 달 전 A 회장은 ‘스타모빌리티 회장’이란 직함으로 언론 인터뷰를 한다. 당시 J사의 자회사 중 스타모빌리티라는 회사가 있었다. 즉 두 회사는 물리적 결합이 있기도 전에 이미 한 몸처럼 움직인 것이다.



인터불스가 스타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7월부터는 본격적인 금전 거래가 시작된다. 우선 지난해 7월1일 스타모빌리티는 J사가 관리하는 5개 렌터카 업체의 차량 사용권을 제공 받기 위한 영업보증금 명목으로 총 170억원을 각 사에 지급했다 . 또 같은 달 스타모빌리티는 A 회장으로부터 렌터카 업체 하나를 30억원에 사들이기도 한다. 지난해 8월7일에는 A 회장의 J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실사보증금으로 120억원을 법무법인 B사에 맡긴다. 즉 A 회장과의 거래 명목으로 총 320억원이 나간 것이다.

이에 더해 라임도 스타모빌리티에 580억원 추가 투자를 추진한다. 라임은 지난해 7월 스타모빌리티가 공시한 200억원의 CB를 사들일 예정이었으며, 같은 시기 J사는 라임으로부터 380억원을 투자받기로 약속된 상태였다. 다만 지난해 7월 한국경제신문에서 라임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돈줄이 묶여 이 투자는 무산됐다.

앞서 스타모빌리티에서 J사 관련 명목으로 나간 돈들은 지난해 말 회사로 다시 돌아왔다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 돈은 곧바로 다시 A 회장과의 거래를 명목으로 나가게 된다. 먼저 지난해 12월13일에는 J사 경영권을 225억원에 인수하겠다며 총 거래금액의 약 90%인 200억원을 계약금으로 선지급한다. 또 올해 1월2일에는 다시 J사가 관리하는 5개 렌터카 업체 영업보증금으로 125억원을 법무법인 B사에 맡긴다. 총 325억이 다시 넘어간 것이다.


스타모빌리티의 J사 인수 계약은 며칠 뒤 해지됐다. 그러나 계약금으로 쓰인 200억원은 여태까지 회사에 돈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다. 이 자금은 김 회장이 사채업자에게 앞서 빌린 돈을 되갚는 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5개 렌터카 업체 영업보증금으로 제공한 125억원은 김모 회장의 자금책 김모 사장이 B사에 맡긴 당일 찾아갔다고 한다. 이후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자금들이 회수되지 않은 걸 뒤늦게 확인한 스타모빌리티는 서울남부지검에 김 회장과 김 사장을 총 517억원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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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사가 대주주 오른 상장사에선 무슨 일이
김 회장과 A 회장의 지휘 아래 스타모빌리티의 내부자금이 오고 간 가운데, 두 사람은 같은 기간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하는 작업을 벌였다. 현재 J사가 대주주 지분을 확보한 에이프런티어다. 지난해 7월 J사는 토모와 티에이치씨엔에스 등 6곳의 재무적투자자(FI)와 영인프런티어 경영권을 인수했다. J사는 8.11%의 지분을 확보하며 영인프런티어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도 라임의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 포트코리아도 참여했다. J사가 경영권을 확보한 5영업일 후인 지난해 7월 10일 영인프런티어는 토모와 케이앤엘, 아스클글로벌을 대상으로 각각 300억원어치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이들 주식은 이날 포트코리아가 전량 인수했다. 회사가 CB, BW 인수자로 공시한 회사들은 사실상 이름만 빌려준 셈이다.



포트코리아는 총 600억원 메자닌 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KB증권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 200억원 규모의 레버리지를 사용해 증권을 두 단계로 나눠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리드의 최대주주인 G사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트코리아가 펀드를 통해 영인프런티어의 총 400억원 규모의 CB와 BW를 인수했고, 남은 CB 200억원어치는 G사를 거쳐 KB증권 TRS를 통해 포트코리아로 흘러갔다. 리드 역시 라임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코스닥상장사로, 이 부사장은 이 회사에서 벌어진 800억대 횡령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도피한 상태다.

올 1월 영인프런티어는 이 메자닌 증권을 다시 차환 발행했다. 기존 포트코리아가 보유하고 있던 메자닌 증권의 인수 계약서상 조기상환 시점이 도래하지 않았음에도 이번 차환 발행을 통해 전환 조건을 대폭 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익률 돌려막기가 또 한 번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렇게 발행된 600억원은 발행목적대로 운영자금과 타법인 인수(M&A)에 쓰여야 했지만 실제 M&A에 쓰인 돈은 60억원 정도다. 회사는 지난해 9월 디랩벤처스(30억원)를, 11월에는 에스앤티와 센트롤로부터 산업용 주물사 프린터(112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이중 80억원은 CB로 대용납입해 실제 들어간 현금은 32억원에 불과하다.

투자금 중 일부는 제3자에게 대여금으로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영인프런티어가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배경이다. 감사인 예교지성회계법인은 “에이프런티어의 대여금을 포함한 기타금융자산이 증가했고 자금거래의 정당성과 회수 가능성에 대해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 금전 관계, 검찰서 규명되나
이처럼 김 회장과 A 회장이 코스닥상장사에서 해온 거래들에 불법성이 없는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김 회장이 횡령한 의혹을 받는 자금을 추적하다보면 A 회장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김 회장 측은 A 회장이 계약을 불이행하는 등 자신들을 속인 부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회장은 서울경제의 수 차례 연락에도 답하지 않았다./조윤희·조권형기자 choyh@sedaily.com

조권형·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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