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1구간(개화역∼염창역)의 방역작업에 유통기한이 지나 거의 살균 효과가 없는 살균소독제가 사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구간 시설물 관리를 맡은 용역업체 P사는 계약 위반에 따른 사기죄로 고발당해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24일 1구간 운영사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P사가 사용한 살균소독제 중 일부가 2015년 5월에 제조됐고, 유통기한은 24개월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서울 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해 해당 구간 청소용역업체인 P사에 방역을 맡겼는데, P사가 유통기한이 지난 ‘D소독제’를 사용하면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앞서 P사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서울시로부터 1억 2,000만원을 지원받아 방역인원 67명을 임시고용하고, D소독제 180L를 구입해 사용했다. 그러나 D소독제 품귀 현상으로 추가 구매가 어렵자 창고에 보관중이던 2015년에 제조된 같은업체의 살균제 25L를 최근 열흘동안 사용했다. 현재는 ‘B살균제’로 교체됐다.
문제는 D살균제가 제조한 지 3년정도 지나면 소독효과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박기범 서울9호선 운영노조 위원장은 “코로나 때문에 전국이 난리인데 ‘맹물소독’을 한 것”이라며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시설 방역에 유통기한이 지난 소독제를 사용한 것은 크게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P사는 “방역이 시급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제조년도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P사 관계자는 “D소독제를 구매하지 못해 발만 구르다가 지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창고에 남았던 약품이 생각이 났다”며 “화약약품이니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가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P사가 잔고 물품을 ‘땡처리’하려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서울시가 지원금 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 사후 정산하기로 했는데, 이를 이용해 유통기한이 지난 소독제를 처리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에 P사는 “현재 정산된 내역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D소독제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P사를 고발한 9호선 측도 “1억 2,000만원 중 대부분은 인건비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P사가 계약 내용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수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