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하락장 속에서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가 폭증하고 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 하루 평균 거래금액은 9조6,519억원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개인들의 거래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부 증권사들의 모바일 증권거래시스템(MTS)이 한때 마비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최근의 개인 매수세는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위기 발생 때마다 급락했던 증시가 결국 반등했던 사례의 학습 효과로 평가된다.
25일 코스피는 5.89%(94.79포인트) 오른 1,704.76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1,7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16일(종가 1,714.86)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 3,359억원, 기관투자가가 1,042억원 규모를 각각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이날 4,499억원 규모를 순매수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코스닥지수 역시 5.26% 급등한 505.68로 마감하면서 모처럼 500선을 회복했다. 이날 하루 동안 거래대금은 유가증권시장 12조3,936억원, 코스닥시장이 9조4,472억원을 기록하며 무려 22조원에 육박했다. 하루 거래금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무제한 미국 국채·주택저당증권(MBS) 및 회사채 매입, 우리 정부의 10조원대 증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을 포함한 100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 투입 등 각국 정부가 내놓고 있는 파격적인 경기 부양정책에 대한 기대가 증시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회사채 매입은 이번 위기를 촉발한 기업 신용문제에 대한 핵심적인 접근”이라며 “앞으로는 변동성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개인들의 매매가 폭발했다. 코로나19 이후 이틀 연속으로 시장이 크게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10분도 안 돼 개인들은 3,000억원 가까이 사들이며 상승장에 대한 강한 베팅에 나섰다. 개인들의 매매가 급증하면서 장 초반에는 한국투자증권 MTS의 바이오인증 시스템이, 유안타증권 MTS는 짧은 비밀번호를 통해 접속하는 방식이 각각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해당 증권사들은 “서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이용자 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개인은 4일(-37억원)과 24일(-4,623억원) 이틀을 제외하고 순매수를 지속하면서 이날까지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인 9조7,341억원 규모를 사들였다. 2월(4조8,969억원)의 두 배 이상이다. 개인의 순매수는 삼성전자(005930)(4조5,460억원)에 집중됐다. 반면 외국인은 4일(1,533억원) 하루를 제외하고 매도를 지속하면서 같은 기간 11조1,547억원가량을 팔았다.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 역시 24일 기준 40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의 매수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타난 하락장세가 개인의 역대급 매수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의 매수가 삼성전자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자산배분상의 흐름으로 보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미국과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당분간은 증시에서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