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계획했던 ‘정책 로드맵’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감염병 확산 차단에 여력을 쏟아붓느라 다른 정책들은 후순위로 밀려나는가 하면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 위기에 따라 대책의 초점과 방향이 달라지는 모습도 발견된다.
2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발표하기로 했던 ‘40대 일자리 맞춤형 대책’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극심한 고용 부진이 나타난 40대를 타깃으로 삼은 대책을 마련 중이었으나 ‘코로나19발(發) 고용 쇼크’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다양한 연령대를 아우르는 종합대책을 새롭게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9일 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경제난국을 헤쳐나가려면 코로나19로 인해 수입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을 위한 지원 대책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관광·레저·음식업 등 서비스업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전년 동기보다 2만5,000명 줄어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도 4만9,000명 감소하면서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흐름’으로 돌아섰다. 정부 주도의 노인 일자리 사업 중단 등의 영향으로 직장이 있음에도 일을 하지 않는 ‘일시 휴직자’는 전년 동월보다 약 14만2,000명(29.8%) 늘어난 68만명에 달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월 고용 동향에는 연령대별 수치가 더욱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로 예정됐던 ‘글로벌 바이오헬스 펀드’ 조성계획도 5월 이후로 미뤄졌다. 당초 정부는 의료기관과 제약업계 등 바이오헬스 분야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을 추진해왔으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전을 펼치면서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출 자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관광·레저 분야의 정책 개발도 일시 중단된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섬 관광 활성화 방안’은 이달 공개에서 5월 이후 발표로 계획이 바뀌었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으로 관광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가 어려워졌다”며 “5월 이후로 예정된 국무총리 주재의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오는 4월 열릴 예정이었던 ‘서비스 수출 대전’도 잠정 연기됐다. 이 행사는 교육·콘텐츠 업종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고 수출 판로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회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글로벌 공룡 업체인 애플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 심의절차도 5월 이후로 늦춰졌다. 당초 이 안건은 이달 11일 전원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공정위가 3월 첫째~둘째 주 모든 심의 일정을 중단하면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이어지면서 공정위와 애플 측은 5월 이후로 일정을 다시 잡기로 합의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 3사에 광고비와 무상수리 비용 등을 전가한 혐의를 받는 애플은 앞서 지난해 7월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피해구제 등에 대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타당성을 인정하면 위법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