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은에 따르면 국내 광의유동성(L)은 지난해 말 기준 5,211조원으로,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의 2,235조원 대비 2.3배로 증가했다. 광의유동성은 금융기관유동성(Lf)에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 회사채, 정부 등이 발행한 국공채, 지방채 발행액 등을 포괄한 가장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한은은 2008년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그해 10월부터 5개월간 총 2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다. 12년 전보다 유가증권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 점을 고려하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혈해야 하는 긴급 자금 규모도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에서도 채안펀드 규모가 20조원으로 2008년 대비 2배로 늘었다.
RP매입 이외에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채권시장안정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신용보증기금 출연 등 여러가지 유동성 공급 정책에 한은이 100% 혹은 절반 수준에서 참여하게 되면 최소 40~50조원의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이 긴급 수혈해야 하는 자금이 금융위기 대비 2배로 늘어난다고 단순 가정해도 투입해야 할 유동성 예상액(28조원×2)은 56조원에 달한다. 다만 자금시장 경색이 조기에 완화된다면 실제로 공급될 유동성은 예상 수준보다 적어질 가능성도 있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는 지난 26일 “유동성 공급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며 “시장이 필요한 자금을 제한 없이 전액 공급하는 방침만 결정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