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알짜' 인프라코어·밥캣 분리가 핵심 될 듯

[두산重 고강도 자구안 뭘 담을까]

'건설' 매각 카드 고심하지만

업황악화로 회의적 시각 우세

실적 좋은 계열사 통한 자금 수혈

오너일가 사재 출연 등도 검토

0415A14 두산



유동성 위기에 몰린 두산중공업(034020)이 국책은행들로부터 1조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자구안 마련에 나섰다. 채권단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한 만큼 두산건설 매각과 지배구조 개편, 오너일가의 사재출연 등 방안을 가리지 않고 검토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춥고 긴 겨울’을 앞두고 확실한 월동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자회사로 편입된 두산건설 매각을 포함한 자구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두산건설 매각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건설 업황과 수주가 내리막을 걷고 있어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룹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매각 작업에 돌입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잘 알려진 모 중견기업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일부 전략적투자자(SI)들이 지난해 하반기 두산건설 실사를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돌기도 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 브랜드(두산 위브)는 경쟁력이 있지만 보유 현금은 적고 우발 채무가 워낙 많아 가격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연말 별도기준 두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19억원에 불과한 반면 부채총계는 1조8,102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설령 두산건설 매각 작업이 공식 진행되더라도 새주인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게 IB업계의 전망이다. 한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공사 현장도 많고 현장마다 숨겨진 우발 채무도 많아 실사에만 3~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매각 대금으로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야 하는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산건설이 보유중인 매출채권(1,699억원) 등을 유동화해 현금을 마련하는 게 회사 전체 매각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산중공업측은 “두산건설 매각에 대해 결정된 바 없으며 채권단과 협의해 구조조정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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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눈은 두산건설보다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밥캣 등 실적이 양호한 계열사를 통한 자금 조달안으로 향하고 있다. 난관이 적지 않은 두산건설 매각 보다는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현재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밥캣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구조를 끊어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경영 위기에 빠진 모회사 아래에 두산인프라코어와 밥캣이 그대로 있으면 두 회사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기본은 경쟁력이 있는 굿컴퍼니(두산인프라코어, 밥캣)와 배드컴퍼니(두산건설)를 분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리한 후 투자회사를㈜두산과 합병해 두산중공업 아래 두산건설만 남기거나 , 두산중공업이 가진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두산이 인수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두 방법 모두 주주 동의를 구해야 한다.

기업 자구안의 ‘단골 메뉴’인 대주주 등의 철저한 ‘고통 분담’도 자구안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주주 보수나 배당을 내놓는다거나 사재출연을 하는 수준의 자구 노력이 담겨야 채권단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보유한 ㈜두산 및 주요 계열사 지분 등을 대출 담보로 받은 상태다. 임직원들의 급여 삭감도 유력하다. 두산 측은 구체적인 삭감비율과 삭감 계열사 범위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정비 절감을 위해 추가 희망퇴직 등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45세 이상 직원 2,6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일부 유휴인력에 대한 휴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동희·서일범 기자 dwise@sedaily.com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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