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양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박쥐에서 천산갑을 거쳐 사람으로 전파됐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일부 애완동물로 전파되는 것은 아닌지 궁금증이 인다.
우선 지난달 27일 벨기에에서 설사·구토·호흡곤란 증상을 보이던 고양이가 코로나19 양성으로 처음 확인됐다. 고양이의 주인은 약 일주일 전 코로나19에 걸렸다. 홍콩에서도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5세 여성의 반려묘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다만 이 반려묘는 특별한 코로나19 증상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려견 감염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세 여성의 두 살짜리 셰퍼드가 지난달 20일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여러 차례 코로나19 검사에서 약한 양성 반응을 보였던 열일곱 살짜리 늙은 포메라니안 반려견이 지난달 16일 죽었다. 주인인 60세 여성은 앞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2002년 말 중국 광둥성에서 처음 발병한 사스 사태 때도 과학자들은 “고양이가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다른 고양이에게 옮길 수 있다”고 보고했다.
시쟝종 중국 수의·생물공학국가핵심연구실 연구원 등은 국제 생물학 분야 아카이브인 ‘bioRxiv’에 실은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동물에게 주입한 결과 고양이와 흰색담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고 체내에서 활발하게 증식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비말(침방울)을 통해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것을 확인했는데 역으로 감염된 고양이가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개는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았고 바이러스 증식도가 떨어졌으며 돼지·닭·오리는 감염되지 않았다.
물론 아직 반려묘와 반려견의 감염 사례는 극히 미미해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이언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온라인 기사에서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반려동물이 감염된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했다. 약사인 양병찬씨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올린 글을 보면 셸리 랭킨 펜실베이니아대 수의대 박사는 최근 “미국에만 1억5,000만마리의 개와 고양이가 있는데 만약 애완동물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쉽게 걸릴 수 있다면 지금 당장 많은 사례가 보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국립신규인수공통감염병센터의 케이시 바턴 베라베시 소장도 “애완동물이 감염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티머시 베이즐러 워싱턴 동물질병진단연구소장은 “우리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