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공기업

'망분리' 예외 첫 허용...핀테크 혁신 속도내나

내·외부 통신망 분리·차단 규정

금융위, 카카오뱅크에 예외 승인

新금융서비스 연구·개발 가능해져

핀테크업계 신기술 사례 등 공유로

더뎠던 개발업무에 가속도 붙을듯




카카오뱅크가 설립 예정인 금융기술연구소가 망분리 예외 인정을 받으면서 금융 및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망분리 때문에 서비스 개발이 더뎠던 국내 핀테크 혁신은 물론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일 ICT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금융위원회가 내년 설립 예정인 카카오뱅크 기술금융연구소의 망분리 예외를 승인함에 따라 이를 계기로 금융산업 관련 ICT 기술 혁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망분리 규제로 인해 서비스 확대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공유와 개발이 활발해지며 ‘한국판 깃허브’를 통한 결과물도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는 내부 업무용시스템을 인터넷 등 외부통신망과 분리·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 등 원격 근무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밖에서는 내부망에 접속할 수 없어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망분리가 보안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혁신적 서비스 개발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특히 개발 업무에서는 내부 서버를 외부 통신망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컴퓨터를 나누는 것)해야해 오픈소스(무상으로 공개된 소스코드·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등을 활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업계에서는 개발 분야만이라도 망분리에서 제외하는 등 합리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내 핀테크 업계의 한 개발자는 “지금과 같은 고강도 망분리 규제에서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등 신기술 활용이 불가하다”면서 “물리적 망분리 대상에서 고객 정보 유출 위험이 없는 개발 목적의 단말기만 제외하더라도 업무 효율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망분리 규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생산성이 최대 50% 떨어지고, 인건비는 30% 가량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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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업계에서는 ‘데이터 단위’의 망분리 체제로 바꾸는 것이 효율적인 개발을 하는 동시에 보안성까지 높일 수 있다고 봤다. 현행 망분리 규제는 망을 내·외부로 나눠 일반 데이터와 기밀 데이터를 내부망에, 데이터 활용 분석 도구는 외부망에 두게 한다. 핀테크 업계관계자는 “기밀과 일반 데이터를 한 공간에 두는 것은 오히려 보안에 취약하다”면서 “데이터와 분석 도구를 하나의 망에 두고, 기밀 데이터를 별도의 망에 두는 등 망분리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카카오뱅크의 망분리 예외 허용을 시작으로 국내 핀테크 업계도 다양한 기술 사례를 망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개발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깃허브 같은 세계적인 오픈소스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오픈소스들이 무료로 개방돼 있어 개발자들이 이를 활용해 빠르고 유연하게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업계에서는 카카오뱅크의 이번 사례가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가 다양하게 얽혀있는 현 ICT 산업 발전 속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보안과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개발은 비금융 업계에서도 중요한 과제”라면서 “만약 카카오뱅크가 망분리 예외 환경 속에서도 보안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신기술 개발까지 한다면 이는 국내 ICT 업계 전반의 보안 및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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