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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전선'에 한의사는 없다?…확진자 14.6%와 평균 3.7회 전화상담

정부·지자체, 검체채취·생활치료센터 등에

한의사 참여 배제하자 대구 이어 서울에

무료 전화상담센터(☎1668-1075) 운영

한약 무료 배송도…38%는 4회 이상 이용

한의사들이 ‘서울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한의사협회한의사들이 ‘서울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한의사협회



# 충북의 모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코로나19 확진자는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 한의사와 자신의 증상을 상담한 뒤 ‘청폐배독산’ 3일분을 무료로 처방받아 복용하려 했지만 생활치료센터 의사의 반대로 복용하지 못했다. 생활치료센터의 한 의사는 전화상담센터로 전화해 “한약 제공을 취소하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 대한한의사협회는 전화상담 후 협회 명의로 무료로 보내주던 한약을 일부 생활치료센터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하자 전화상담센터에서 자원봉사하는 한의대생 명의로 택배 배송하는 서글픈 자구책을 동원했다.


한의사의 전화상담과 한약 무료 처방·배송은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에서 시작됐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9일부터 대구한의대 부속 대구한방병원 별관에 ‘코로나19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운영했다. 생활치료센터가 운영되기 전에는 확진을 받아도 입원병실이 없어 자가격리 중이던 환자들에게 한의대생들이 한약을 환자의 자택 문 앞에 배달하기도 했다.

대한한의사협회 ‘대구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자원봉사하는 한의대생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후 자가격리 중인 환자 자택에 한약을 배달한 뒤 환자와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제공=대한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대구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자원봉사하는 한의대생이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후 자가격리 중인 환자 자택에 한약을 배달한 뒤 환자와 휴대전화로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사진제공=대한한의사협회


똑부러진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전화상담센터에서 무료로 처방·배송해준 한약을 복용한 뒤 코로나19 증상이 개선됐다는 사례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4월 5일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1만237명 중 14.6%(1,497명)가 전화상담 후 한약을 처방받았다. 전화상담 초진환자는 지난달 9일 20명에서 31일 155명으로, 한약 처방건수는 지난달 10일 28건에서 31일 223건으로 증가했다. 한의사협회는 확진자들의 전화 문의가 급증하자 31일부터 서울의 협회 회관에도 전화상담센터를 추가 개설했다.

전화상담센터는 한의사 회원들의 성금과 200여명의 자원봉사 한의사, 40여명의 한의대생이 ‘코로나19 한의진료지침 권고안(2판)’에 따라 확진자에게 ‘곽향정기산’ ‘청폐배독탕’ ‘은교산’ 등 30여종의 한약을 처방하고 있다.


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전화를 통한 평균 진료횟수는 3.7회였다. 4회 미만 이용자(62%)는 평균 2.1회, 4회 이상 이용자(38%)는 평균 6.3회 전화진료를 받았다. 협회는 “전화상담을 받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약 복용을 통해 증상이 호전돼 격리시설에서 퇴소하는 사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입소문이 나면서 초진은 물론 회복기에 접어든 코로나19 환자들까지 한약 처방 요청 문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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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다만 한약의 코로나19 환자 치료 효과는 아직 검증된 게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임상시험까진 아니더라도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의 경우 한약 복용자와 비복용자 간에 증상 호전 및 퇴소까지 걸리는 기간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는지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양방(의학)’ 중심의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며 한의학을 배척해온 대한의사협회, 의사들의 눈치를 보는 정부의 합작품인 측면이 있다. 한의사는 코로나19 의심환자 등에 대한 검체 채취와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에서 배제됐다. 이 때문에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한약의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의사협회는 한약을 포함한 한의 치료가 “비교임상을 통한 과학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비판하면서도 한의사가 과학적 임상 검증의 기본인 의료기기 사용과 코로나19 환자 진료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 한의진료지침 권고안 집필위원장인 장인수 우석대 한의과대학장은 “코로나19와 유사점이 많은 사스 환자를 서양의학만으로 치료했을 때 사망률(47.4%)보다 한약을 병용 투여했을 때 사망률(15.4%)이 현저히 낮다는 라우(Lau) 홍콩중문대 교수팀의 연구결과도 있다”며 “85% 이상의 코로나19 확진자에게 한약을 투여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 중국처럼 우리나라도 코로나19 대응에 한의약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 대한한의사협회)(자료: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한의약과 한의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의 진료 전화상담센터는 대규모 비대면 진료의 우수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앙방역대책본부에 한의사를 참여시키고 향후 제2, 제3의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의사가 진료 일선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생활치료시설의 경우 의료법상 의료기관이 아니라 감염병 환자를 관리하는 임시시설임을 감안하면 정부가 나서서 한의사의 적법한 한약 투여를 무작정 막고 있는 일부 의사들의 행태를 엄벌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의 진료 전화상담은 확진자가 센터에 전화하면 보건당국이 통보한 확진 문자 등을 확인한 뒤 개인정보 수집·활용 동의 확인→ 한의사의 환자 상태 등 확인과 한약 복용법·주의사항 안내→ 택배 등 한약 수령방법 확인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서울 전화상담센터는 코로나19 종식선언 때까지 매일(주말·공휴일 포함)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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