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4시. 대구 수성못에는 “현금 100만원 매달 줄 수 있나(문재인). 야당 대표(황교안)가 또 그걸 할 말인가”라고 외치는 홍준표 무소속 수성을 후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일회성으로 돈 주는 건 베네수엘라에서나 하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당 대표를 지낸 홍 후보가 ‘대권 주자’를 내세워 출사표를 던진 대구 수성을은 순식간에 전국적인 관심 선거판이 됐다. 유세현장은 뜨거웠다. 연설에 나서자 수성못 인근 커피숍 테라스에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서로 나서 함께 사진 찍기를 요청했다.
홍 후보와 양강 구도를 형성한 이인선 미래통합당 후보는 ‘지역 일꾼’답게 이날 수성을 구석구석을 누볐다. 오전6시에는 진밭골과 용지봉 등산로 행사, 7시에는 두산오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했다. 오후에는 수성구 효성병원에서 열린 공간살균기 ‘에어로사이드’ 기증행사에 참석했다. 행사는 별관 2층 ‘맘스카페’에서 열렸다. 지역 밀착형 여성 후보다웠다. 이 후보는 지난 2016년 총선 때 왕성한 선거활동을 하다 쓰러지자 이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투혼을 불태웠다. 이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당이 어려울 때 험지를 피하고 여기로 오면 되느냐”며 “내가 경선까지 이겨서 올라왔는데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 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민심도 ‘홍준표냐, 지역일꾼이냐’였다. 중동네거리에서 만난 60대 여성 주민은 “그래도 큰 사람을 찍어야지. 교수가 큰 일, 큰 정치를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인근 아파트단지에 있는 60대 부동산중개소 사장도 “홍준표는 그래도 정치적 거물이제. 이인선도 알지만 사람 마음이 바뀐다 아이가. 요는 또 민주당 지지세가 항상 20%는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성병원에서 만난 한 직원은 “홍준표가 여기에 무슨 연고가 있다고 왔노”라며 “당선되면 또 딴 데 간다”고 꼬집었다.
두 후보를 두고 혼란을 겪는 지역 민심도 느껴졌다. 이 지역구에서 복권방을 운영하는 70대 여성 유권자는 총선에 대해 묻자 “아이고 묻지 마라”라며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우리 대구는 박근혜 욕 하모 안 돼. 잘한 거는 없어도 그리 큰 죄를 지었나. 그런데 홍준표는 욕했다 아이가”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근데 이인선은 또 문재인(정부) 견제하기는 너무 약해. 큰 소리 내야 하는데…그날 가서 결정할란다”라고 말했다.
선거가 3파전이 될 변수도 있다.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세가 심상찮다. 이달 5일 경북일보가 피플네트웍스에 의뢰한 수성을 만 18세 이상 남녀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 응답률 9.0%) 지지율이 홍 후보 35.2%, 통합당 이 후보 27.8%, 민주당 이 후보 25.8%로 나와 사실상 오차범위 수준에서 경합하고 있다. 이상식 후보는 다른 후보와 달리 이날 일정을 8일 오전10시에 있을 대구KBS·선관위 주최 TV 토론회를 준비하는 데 썼다. 토론회에서 지역 문제 해결과 발전 비전을 제시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이상식 후보는 통합당 이인선 후보와는 선의의 경쟁을, 홍 후보와는 견제를 택했다. 그는 “(홍 후보가) 수성을에 특별한 연고도 없이 대권 도전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대안이 되겠다고 역설했다. 이상식 후보는 “삼성라이온스가 우승 한번 하니 어찌 됐나. 3년 연속 우승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수성구에서 만난 젊은 층은 대부분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했다. 중도 또는 부동층인데 이 표가 민주당으로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동시장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30대 주민은 “선거? 관심 없습니더”라고 말하더니 “지난달에는 치킨도 안 묵드마 이번달은 좀 묵네예”라고 말했다. 선거보다 당장 먹고 사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한 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선거 모릅니다. 통합당 좋아하는 거도 아니고 민주당도 몰라예”라고 했다.
/대구=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