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올 11월 사임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된 날 공교롭게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과 점심을 함께 해 그 의미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9일 오후 3시14분 자신의 트위터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멋진 점심을 함께 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함께 올린 사진에는 해리스 대사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대사관저에서 긴 식탁의 양끝 끄트머리에 앉아 식사를 기다리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의 식사는 이날 해리스 대사의 사임설이 본격 제기되면서 더 주목받았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대사가 개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와 관계 없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로는 한국에 체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한미 방위비 협상 난항으로 대책 없는 무직휴직을 겪고 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2일 한미 협상 타결이 불발된 직후 한국 정부를 조롱하듯 ‘김칫국 마시다’라는 한국어를 리트윗해 논란에 선 인물이기도 하다. 사임설이 제기된 날 미국대사가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났고 이를 대중들에게 알린 것 자체가 다양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해리스 대사의 사임 계획의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로이터 통신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등 정치 현안을 놓고 한국과 미국이 잇따라 충돌한 데 따른 긴장감이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양국관계의 긴장감이 장기화한 데 따른 부담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로이터통신은 또 지난해 10월 한국 학생들이 주한 미국대사관에 기습 진입해 방위비 인상 반발 시위를 벌인 데 대해 미 국무부가 불만을 표한 점, 해리스 대사가 일본계 혈통이라는 이유로 한국인에게 반감을 산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실제 해리스 대사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지소미아 문제 등 한미 간의 주요정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주재국 대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계속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해리스 대사의 콧수염이 일제강점기 일본인 총독과 비슷하다는 조롱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는 한국인들에게 친근함을 줬던 전임 마크 리퍼트 전 대사와는 대비되는 이미지였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에 대해 한미동맹 강화에 일조하겠다는 해리스 대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 대사관 대변인은 “해리스 대사는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을 위해 지속적으로 적극 봉사하고자 한다”며 “‘한국은 미국 대사로서 최고의 근무지이자 미국에게는 최고의 동반자이며 동맹’이다”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2018년 7월 주한 미국대사로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