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대학가의 원격수업(온라인 강의)이 부실하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일선 교수들과 강사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원격수업 제작과 이전보다 늘어난 과제 채점 등으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교육부가 인프라 미비로 인한 책임을 일선 대학에만 돌리고 있다며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10일 복수의 교수와 강사들은 등교수업을 할 때보다 원격수업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의 교강사가 동영상 제작과 실시간 원격수업을 처음 해보기 때문이다. 이상욱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교강사가 학교에서 주는 10장짜리 안내서만 보고 난생 처음 동영상을 만든다”며 “동영상을 다 만들고 저장하는 과정에서 에러가 나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수업 준비와 제작에 따르는 각종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느라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든다는 것이다.
여러 학교에 출강하는 시간강사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학교마다 요구하는 원격수업 방식 등이 달라서다. 익명을 요구한 시간강사 A씨는 “한 학기에 10개 가까이 강의하는 시간강사도 있는데 아무런 장비 지원도 없이 동영상을 제작해서 수업을 잘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교강사 간 원격수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운영 중인 이 교수는 “마이크, 카메라뿐 아니라 노트북까지 자비로 구입한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원격수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걸핏하면 먹통이 되는 서버 상황과 일부 교수의 부실한 강의 진행 때문이다. 원격수업 실시 4주째인 지난 6일에는 고려대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해 학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일부 학생은 정해진 수업 시수보다 적은 시간의 강의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3학점 수업의 경우 1주일에 3시간 강의를 진행해야 하지만 원격수업에서는 그보다 적은 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교수와 강사들은 정부와 대학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격수업 서버를 확충하고 교강사들이 강의 제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대학이 온라인 강의 지원팀을 구성해 강의자료 편집을 보조하는 등 적극적으로 교강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외대의 한 대학원생 또한 “원격수업이 처음 도입되는 시기인 만큼 교육 환경 변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영·심기문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