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EYE] 방역이냐 경제냐 기로에 선 中...올해 역성장 가능성도

■ 장기 침체 우려 커지는 中 경제

인프라 투자 확대 이어 기준금리 인하도 만지작

잇단 부양책 속 '봉쇄식' 방역 고집해 경기 찬물

소비위축·글로벌 침체 겹쳐 '-3% 성장' 전망도

중국 베이징 만리장성 바다링구간 인근의 바다링호텔 앞에 지난 4일 영업중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바다링 관광지는 폐쇄 두달만인 지난달 24일 재개장됐지만 인근 상업시설들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최수문기자중국 베이징 만리장성 바다링구간 인근의 바다링호텔 앞에 지난 4일 영업중지를 알리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바다링 관광지는 폐쇄 두달만인 지난달 24일 재개장됐지만 인근 상업시설들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최수문기자





2·4분기 첫 주말이자 청명절 연휴(4~6일) 첫날이었던 지난 4일 베이징 외곽의 만리장성 팔달령(바다링) 구간은 상춘객들로 붐볐다. 바다링장성은 1월25일부터의 두달간 폐쇄를 끝내고 3월24일 재개방됐다. 이날 주차장에서 장성 입구 쪽으로 오르는데 시각이 점심 때였음에도 벌써부터 내려오는 사람이 많았다. 궁금증은 곧 풀렸다. 장성 성곽만 일반에 개방했을 뿐 근처에 있는 상업시설들은 여전히 폐쇄 중이었기 때문이다. 장성박물관·케이블카 등은 물론이고 기념품점이나 식당 등도 모두 문을 닫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다는 이유로, 이곳 100여개 상가들은 거의 3개월째 영업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상은 중국 전체에 해당되는 데 중국관광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청명절 연휴 기간 중국내 관광객은 4,325만명에 그치며 작년동기 대비 61.4% 감소했다. 관광 수입은 82억6,000만위안(약 1조4,000억원)으로 80.7% 줄었다. 관광연구원 측은 “그동안 폐쇄됐던 관광지 개방은 늘고 있지만 실명예약과 건강카드 등 각종 방역조치가 관광소비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오는 17일 공개되는 중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마이너스성장이 거의 확실한 가운데 최근에는 올해 전체 경제도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봉쇄식’ 방역조치를 고집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 미국·유럽 등 글로벌 경기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며 중국을 장기 경기침체 국면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두려움은 최근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시 주석은 지난 8일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경제정상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최선을 다해 코로나19가 초래한 손실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낮추고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 승리적 실현과 탈빈곤 임무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에서 ‘복공복산(復工復産)’이라고 부르는 경제정상화 노력은 나름대로 치열하다. 지난 4년여동안 동결했던 기준금리마저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도 나오고 있다. 1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무원은 전날 발표한 시장개혁 계획문건에서 “점진적으로 수신·대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를 일원화하는 것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펼치고 있다. 지난 1분기 지방정부 채권 발행액은 1조6,105억위안(약 278조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158% 증가했다. 중앙정부는 약 20년만에 특별국채를 발행키로 결정한 상태다. ‘다소 이르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8일 우한에 대한 봉쇄까지 풀었다. 이러한 공격적 정책에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0을 기록하며 일단 경기확장 분위기는 잡았다. 물론 통화팽창에 의한 과잉부채와 부실기업 존속 등 후유증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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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의 관심은 여전히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각종 규제 시행이다. 방역 여부는 지방정부 수장들의 명운을 가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 자신이 지난 3월말 저장성 항저우 방문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면 온라인으로 보라”면서 “특히 실내 모임은 통제돼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어떤 방역규제는 더 강화됐다. 베이징에서 자금성(쯔진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경산공원 입장은 기존 현장 구매에서 10일부터 인터넷 예약으로 바뀌었다. 또 베이징시 등 각 지방정부는 두 달여 폐쇄 이후 나온 영화관 재개장 결정을 최근 다시 취소했다. 조업을 재개한 기업·기관들에 대한 방역의무도 강화됐다.

이러한 위압적인 상황에서 경제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10일 공식집계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4.3%나 올랐다. 그나마 국제유가 하락이 지난 2월(5.2%)에 비해 물가압력을 완화시킨 것인데 여전히 작년 3월(2.3%)의 두 배다. 중국내 사회안정의 척도라고 할수 있는 실업률도 뛰고 있다. 2월 실업률이 공식적으로 6.2%지만 일부에서는 서비스업 실직 등을 포함해 25%라는 분석도 나왔다.

3월 승용차 판매량은 작년 동월보다 40.4%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절정을 이뤘던 2월(-78.7%)에 이어 여전히 소비의욕이 바닥인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제성장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1976년 마오쩌둥의 죽음과 함께 끝난 문화대혁명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이 확실한데 일부에서는 ‘-10%대’까지 제시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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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이후에도 경기의 난조가 이어지며 올해 전체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창궐로 점차 악화되는 미국·유럽의 경제가 중국의 수출산업을 옥죄면서 회복을 더디게 하는 상황이다. 이를 반영해 최근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3%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른 기관들도 올해 중국의 성장이 1~2%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전망치를 기존 5.9%에서 최근 1.6%로 하향한데 이어 BoA메릴린치·UBS·노무라도 1.5%, 1.5%, 1.3%를 각각 제시했다.

마쥔 중국 인민은행 금융정책위원은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충격에 올해 4~5% 성장은 어려울 듯하고 일부에서는 1~2% 성장률을 예상하는데 이 역시 가능하다”며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부양 여부가 올해 성장률과 함께 후유증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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