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엔터 ‘李회장’-라임, 2,200억 쏟아부어 기업 사냥.. 검찰, 전방위 수사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티탑스(옛 동양네트웍스)가 라임자산운용(라임)의 펀드를 통해 에스모(옛 넥센테크)에 투자한 225억원이 주가 하락으로 전액 손실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상품은 당시 티탑스와 에스모를 지배하던 이모 회장이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과 상의해 단행한 투자로 드러났다. 또 이 회장은 에스모를 통해 에스모머티리얼즈(옛 네페스신소재),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했는데 라임은 이 4개 기업에만 약 2,200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 회장과 라임이 ‘머니 게임’을 벌인 기업들을 전방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들을 구속하는 등 수사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10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티탑스는 2018년 초 225억원을 투자한 ‘라임오렌지사모투자신탁 10호’ 펀드를 최근 전액 손실 처리했다. 이 돈은 2017년 6월 메타헬스케어투자조합이 티탑스를 인수하면서 납입한 유상증자 대금 191억원에 회사 유보자금을 더한 것이었다. 즉 회사 인수자금을 그대로 다른 회사 투자에 갖다 쓴 것이다.


파생상품, 엔터 '李회장'과 이종필 합작품
라임은 이 펀드에다 KB증권의 총수익스와프(TRS)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총 317억원을 에스모의 구주 매입 등에 썼다. 이 펀드는 에스모 주가가 약 5,000원대 이상이면 이익, 이하면 손실이 나는 파생상품이었다고 한다. 이에 에스모 주가가 7000원대였던 2018년 말에는 펀드 장부가가 445억원까지 치솟았으나, 에스모 주가가 2,000원대로 내려앉은 지난해 9월 말에는 112억원까지 줄었다. 이후 에스모 주가가 1,000원대까지 내려오면서 마이너스 80억원을 기록하고 있었다고 한다.

225억원을 고스란히 날린 티탑스는 메타헬스와 라임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투자를 의결할 당시 이사회에는 이 파생상품이 손실 위험이 없는 단순 금융상품으로 보고됐다고 한다. 따라서 사측은 당시 상품을 가져온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소송의 칼끝이 향하는 사람은 바로 이 회장과 이 부사장이다. 당시 이 상품을 설계하고 에스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이들이기 때문이다.


라임, '李회장' 인수 기업에 2,200억 지원
이 회장은 당시 메타헬스를 통해 티탑스를 지배하면서 에스모에도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 상태였다. 2017년 말 이 회장이 40% 주주로 있는 에스모홀딩스(전 리앤인베스트먼트)가 에스모에 150억원을 유상증자한 것. 당시 에스모는 2017년 6월 총 650억원을 투자한 세 개의 루트원투자조합이 경영권을 쥐고 있었는데 에스모홀딩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SI 역할을 맡게 됐다고 한다. 티탑스가 라임을 통해 에스모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이 이 직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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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회장은 에스모의 자금을 동원해 다른 기업 인수에도 나선다. 에스모는 에스모머티리얼즈(옛 네페스신소재), 디에이테크놀로지를 차례로 인수했다. 특히 라임은 이 기업들에 CB·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명목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며 후방 지원에 나선다. 회사별 대략적인 투입액은 티탑스 200억원, 에스모 700억원, 에스모머티리얼즈 1,100억원, 디에이테크놀로지 200억원 등 총 2,200억원에 달한다. 또한 라임의 한 투자회사는 이 회장이 실소유한 J사에 지난해 4월 100억원을 대여해주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여는 이 부사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李회장' 에스모 주식 반대매매당해
엔터테인먼트업계 출신인 이 회장은 ‘기업 사냥꾼’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 회장과 이 부사장을 연결해준 사람은 역시 엔터 업계 출신인 김모 전 리드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그간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과 김모 에스모 대표의 지배회사는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라임의 임직원 전용 펀드에도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에스모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 지난해 말 에스모홀딩스가 한국투자증권에 담보로 제공한 에스모 주식이 반대매매로 처분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은 한 라임 투자자와 나눈 대화에서 “(에스모가) 급락한 이유가 에스모 회장이 좀 XXX예요. 이 XX가 말을 안 하고 지 물량을 사채시장에서 담보를 잡고 대출했는데 그게 다 털린 거예요”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루트원투자조합은 2018년부터 차례로 주식을 팔아치우며 거액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李회장' 인수 기업 전방위 수사
이에 검찰은 이 회장과 라임이 관여한 이들 기업에 대해 전방위 수사에 나선 모양이다.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는 지난 2월~3월 동안 티탑스·에스모·에스모머티리얼즈·디에이테크놀로지를 차례로 압수수색 했다. 또 전날에는 코스닥 상장사 에이치엔티(HNT)를 압수수색했다. 이 회사의 대주주는 K사인데, K사는 루트원투자조합의 실소유주였던 J씨가 지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일 에스모의 주식을 시세조종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부양한 후 고가에 매도해 수십억원의 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4명은 루트원투자조합의 전 대표이사 이모씨·고모씨, J씨의 지배력이 미치는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E사의 주주 한모씨 등이다.

조권형·김기정·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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