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줌이 뭐길래…'대박'쳤다 보안 우려에 '십자포화'

접속 편리함이 되려 독으로 작용해

각국 온라인수업에 해커 침입 '경악'

싱가포르선 외설사진 학생에게 보여줘

봉쇄령에 사용확산…"3월 일일 2억명 이용"

창업자는 中이민자…중국 정보유출 논란도

시총 42조 급성장…400억투자 리카싱 '3조' 대박

미국 화상회의 플랫폼 ‘줌’ 로고/AFP연합뉴스미국 화상회의 플랫폼 ‘줌’ 로고/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 바람에 힘입어 대박을 터뜨리던 미국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이 취약한 보안 문제로 전 세계에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부 줌 사용자는 최근 회의 도중 화면에 포르노 영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며 미 연방수사국(FBI)에 수사를 의뢰했다. FBI 보스턴 지국은 “음란물이나 혐오 영상, 위협적인 표현으로 회의를 방해받았다는 여러 건의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줌을 통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해커들의 주된 먹잇감이 됐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가 온라인 가상 교실에 전화해 교사의 집 주소를 외친 후 욕설을 퍼부었으며 같은 주의 또 다른 학교에서는 ‘스와스티카’(나치 문양) 문신을 한 신원 미상의 인물이 화면에 나타나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줌을 사용하던 중 갑자기 포르노 영상이나 인종 차별적 이미지가 나타났다면서 ‘zoombombed’(줌 공격)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싱가포르의 한 중학교 온라인 수업에선 지리 강의 도중 백인 해커 2명이 갑자기 등장해 외설적인 사진을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 여학생들에게 ‘가슴을 보여달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에선 줌이 대유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자택 대피령이 시작된 3월 셋째 주 당시 줌의 미국 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수가 전주와 비교해 252% 폭증한 420만건을 기록했으며 그 다음 주에는 700만건으로 늘었다. 줌은 유럽에서도 3월 말 650만건의 앱 다운로드 수를 달성했다. 줌 자체 조사에 따르면 기존 1,000만명에 불과했던 이용자수는 3월 한달간 평균 하루 2억명을 넘겼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자가 격리에 들어갔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각료들과 줌을 이용해 회의하는 모습도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화상 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해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화상 회의 플랫폼 ‘줌’을 활용해 내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줌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도 편리하다는 데 있다. 주최자가 아니면 별도 회원가입이 필요 없으며 한 번에 최대 1만명까지 대규모 인원이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보안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줌의 보안상 허점을 틈타 로그인 정보를 훔치거나 이용자의 PC 웹캠에 접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빈드 나라야난 미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줌은 악성 소프트웨어로 변질됐다”고 영국 가디언에 전했다.


특히 중국으로의 정보 유출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줌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위안은 중국 이민자 출신인 데다 거점을 미국에 둔 줌이 중국 내 자회사 3곳에도 700여명의 연구진을 뒀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줌의 심각한 중국발 기술 의존도로 인해 여전히 보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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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각국에선 ‘줌 금지령’을 내리고 나섰다. 미국 뉴욕시 교육당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줌을 온라인 수업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미국 CNN 방송이 전했다. 줌을 대체할 프로그램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가 채택됐다. 급기야 독일에선 정부가 직접 나서 사용을 제한했다. 외무부는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공지를 통해 “언론 보도와 자체 판단을 통해 줌이 소프트웨어적으로 정보보호에 심각한 약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전달했다. 이에 따라 외무부는 내부 장비로 줌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개인적인 장비로만 줌을 사용하되, 특정 등급 이상의 내부 정보를 줌에서 논의하지 않도록 했다.

줌에 대한 우려는 아시아로도 확산하고 있다. 인도는 자국민에 줌의 보안 취약성을 경고했으며 대만은 정부 기관 내 줌 사용 금지를 공식화하며 일선 학교 온라인 수업에서의 줌 사용도 막았다.

리카싱 전 청쿵 허치슨 홀딩스 회장./위키피디아 캡처리카싱 전 청쿵 허치슨 홀딩스 회장./위키피디아 캡처


투자 업계에선 홍콩의 갑부인 리카싱 전 청쿵 허치슨 홀딩스(91) 회장이 줌 투자로 대박을 터뜨려 화제에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리카싱이 줌에 조기에 베팅해 큰 이익을 거두었다”면서 “현재 리카싱이 보유한 줌 주식의 평가액은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리카싱은 현재 줌의 운영사인 ‘줌 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주식 8.6%를 보유하고 있다.

리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벤처캐피탈 회사인 허라이즌 벤처스를 통해 2013년 650만달러와 2015년 3,000만달러 등 두 차례에 걸쳐 줌의 지분을 사들였다. 투자액은 총 3,650만달러다.

줌 비디오커뮤니케이션의 지분 가치는 2019년 4월 뉴욕증시에 상장되면서 8억5,000만달러로 평가됐다. 코로나19 국면 속에 줌의 주가는 올해 들어 83%나 상승해 9일 현재 주당 124.51달러로 거래됐다. 줌의 전체 시가 총액은 347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리 회장의 부호 순위도 올라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리카싱의 재산은 2019년 기준 270억달러로 세계 부호 순위 28위에 올랐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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