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이런 기관장들 더 없나요?

양종곤 성장기업부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오전 4시 반쯤 대전관사 문을 나선다. 이런 식으로 출근한 지 벌써 한 달 가량 됐다고 한다. 그야말로 연일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피해 소상공인에 1,2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이라는 ‘첫 번째 대책’을 내놓은 게 지난 2월 중순 무렵. 강철 체력을 보이고는 있지만 조 이사장으로서도 지칠 만한 상황이다.

실제 조 이사장은 전국 지역본부를 12번, 소상공인센터를 60번 넘게 방문했다. 전통시장은 30번 가까이 찾았다. 두달 만에 주행거리가 1만㎞ 늘었다. 집무실도 ‘상담 창구’로 변모했다. 조 이사장은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이를 등에 업고 온 한 아주머니가 대출 상담을 받고 돌아간 일이 뇌리에 떠나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날 밤인가는 11시에 차를 몰고 수원센터로 갔다. 1,000만원 직접 대출 현황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약국 앞 마스크 구매 대기줄처럼 장사진을 이룬 센터에서는 상담창구마다 ‘대출이 왜 안 되느냐’ ‘언제 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졌다고 한다. 그는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다”고 연신 사과해야 했다. 한편으로는 야근으로 힘든 직원들이 안쓰러워 그는 늘 차에 홍삼과 귤을 싣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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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박원주 특허청장은 지난달 중순부터 진단키트와 치료제를 만드는 기업을 사흘에 한 번꼴로 찾아다닌다. 유틸렉트·수젠텍·셀트리온까지 7곳을 방문했다. 양방향 워킹 스루를 개발해 특허를 낸 고려기연을 찾아서는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달부터는 미국 특허청장을 시작으로 각국의 특허청장과 화상회의를 열고 지식재산권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도 찾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경제가 누란의 위기에 몰려 있다. 정책 당국이 적재적소에 얼마나 행정력을 발휘하느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시장에서 원하는 정책은 ‘책상’이 아니라 소진공 이사장과 특허청장이 달려간 ‘현장’에서 나온다. 평범하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이 진리를 관료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ggm11@sedaily.com

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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