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엿새 연속 증가세를 보이는 등 확산 저지에 난항을 겪고 있다.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 이후 첫 주말인 11~12일 도심 번화가의 인파가 이전보다 80% 이상 급감했지만 2만7,000명에 가까운 일본 국민들이 나흘 동안 고열을 앓고 있다는 조사가 나온데다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도 상당수여서 당분간 확산세가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NHK에 따르면 전날 일본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43명으로 발병 이래 최대를 기록하며 엿새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일본의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000명(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 포함)을 넘겼다. 신규 사망자도 11명이 발생해 총 140여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수도인 도쿄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해 우려를 낳고 있다. 11일 도쿄도에서만 197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는데 지난 7일부터 줄곧 증가하면서 매일 최대 신규 확진자 수를 경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7일 79명이었던 도쿄도 신규 확진자 수는 8일 144명, 9일 178명, 10일 189명으로 늘었다. 도쿄도의 누적 확진자만 1,902명으로 전체의 4분의1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신규 확진자의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이라는 점이다. 11일 신규 확진자 중 77%(152명)의 감염경로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도쿄도 관계자는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 매우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홋카이도에서도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이날 삿포로시와 긴급 공동선언을 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후생노동성과 라인이 전국 이용자 2,400만명 이상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나흘 이상 37.5도의 고열이 계속되고 있다고 대답한 이들이 전체의 0.11%인 2만6,900명에 달했다. 특히 음식점이나 외근 등 사람과의 접촉 등을 피하기 어려운 직업군의 비중이 전체 평균 대비 2배가량 높았다. 미야타 히로아키 게이오기주쿠대 교수는 “4일 이상의 발열이 코로나19 감염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이 어려울수록 감염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확진자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서 응급의료 체계 붕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코로나19 감염의심 환자를 받아들이는 구급병원이 줄면서 상위(3차) 응급의료기관이자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구명구급센터로 의심환자의 이송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고도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명구급센터가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중증환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발열이나 호흡장애를 가진 환자 받기를 꺼리는 움직임이 구명구급센터보다 작은 규모인 구급병원에서 나타나고 있다. 의료진에게 필수적인 마스크와 가운 등 보호장비와 알코올 소독액 부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이런 상황에서 1년가량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내년에 개최하는 것도 불확실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무토 도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10일 “내년 7월까지 (코로나19) 통제가 가능할지 아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의 긴급사태 선언으로 일본 국민들이 외출 자제에 동참하는 등 확산 방지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전날 오후8시대 도심 번화가의 체재 인구를 조사한 결과 전주 대비 약 70~90% 감소했다고 전했다. JR오사카역 주변이 93%로 가장 크게 줄었으며 JR시부야 역전 주변 86%, 도쿄 가부키초는 72%가 줄었다. 매년 봄마다 일제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온 ‘다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도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배계획을 취소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한편 소프트뱅크그룹은 다음달부터 매달 마스크 3억장씩을 일본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급하는 마스크는 일반의료용 2억장과 N95로 불리는 고성능 마스크 1억장으로 생산은 협력업체인 중국 BYD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