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만 해도 주춤했던 금 가격이 최근 잇따라 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시중은행 골드바 판매량이 폭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달러 확보에 나섰던 국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월별 골드바 판매액은 지난 3월 말 기준 67억5,548만원에 달했다. 이는 2월 말(20억187만원)보다 세 배 넘게 급증한 수치다. 올 초 투자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 확보에 나서면서 골드바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일부 은행의 경우 3월 골드바 판매량이 1월보다 일곱 배가량 치솟기도 했다. 골드바는 은행 영업점에서 실물 금을 직접 사고파는 상품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언제든 현금으로 유동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이처럼 골드바 수요가 늘어난 것은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KRX 금 현물 시장에서 금값은 1g당 6만6,150원을 기록했다. 2014년 3월 KRX 금 현물 시장이 열린 후 최고치로, 10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최고가를 경신한 것이다. 올 초만 해도 5만6,860원 수준이던 금값은 두 달 만에 15% 가까이 올랐다.
코로나19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한 것이 금값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지난달 대대적으로 돈을 풀겠다고 밝히면서 달러 등 화폐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쏠렸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금을 팔아 현금을 확보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안전자산인 금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달 초까지 달러 선호로 달러 예금이 크게 늘었지만 각국의 경기부양책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달러 대신 금 관련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의 고공행진과 골드바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최근 금값이 12개월 이내 온스당 1,800달러(약 220만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올 2·4분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