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자의 눈]코로나에도 굳센 복합물 규제




“올해는 총선이 있잖아요.”

지난 1월 초 유통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유통 규제 공약에 이골이 났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3달 후 유통업계는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로 생존의 기로에 내몰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 처했지만 정치권은 올해도 어김없이 규제 공약을 꺼내 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유통 규제의 타깃은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차기 먹거리로 꼽고 있는 ‘복합쇼핑몰’이다. 복합쇼핑몰의 입지는 물론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무일 등을 지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는 복합쇼핑몰에 월 2회 휴무 규제가 시행되면 월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심이 아닌 외곽에 위치한 복합쇼핑몰은 주말 매출이 평일보다 2배 가까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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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복합쇼핑몰 입점 상인의 70% 이상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라는 사실은 규제 공약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복합쇼핑몰의 휴무일이 늘어나거나 영업시간이 제한되면 막대한 임대료를 감수하고 들어온 입점 상인들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복합쇼핑몰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대형 유통점의 출점을 제한하도록 정부 훈령을 변경한 바 있다. 규제 이중고, 삼중고의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유통업계는 규제 강화가 코로나19로 속도가 붙은 업계 구조조정에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올 2·4분기 소매유통업 전망은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악의 수준을 가리키고 있다. 코로나19가 올 한해 유통업 생존을 좌우할 이슈가 된 상황에서 규제 압박은 극단적인 해결책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롯데쇼핑은 올해부터 3~5년에 걸쳐 오프라인 점포 200여개를 정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라지는 일자리는 최소 1만여명으로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수십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해묵은 규제 공약을 들고나와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편 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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