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집단검사 없는 '깜깜이' 코로나 대응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GPS’호스트

아무 증상없는 코로나 감염자들

확진자 집계서 빠져 치명률 상승

광범위한 무작위 검사 지속 시행

정확한 자료 모아 정책 시행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면서 주목할 만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무엇보다 치명률 추정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다 해도 10만~24만명의 미국인이 코로나19로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정부의 추산치가 조만간 하향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달 26일 백악관이 인용한 워싱턴대의 모델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6월1일까지 유지될 경우 미국의 사망자는 4개월간 8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은 4월8일까지 무려 다섯 차례의 수정을 거친 끝에 6만415명까지 내려왔다. 2019~2020 독감시즌 사망 예상건수와 일치하는 수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모형제작자들은 그들이 가진 데이터를 이용해 최고의 전망치를 내놓으려 시도한다. 스탠퍼드대 연구원들은 사망추정치가 하향 수정될 수밖에 없었던 기본적 이유를 처음부터 광범위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데 있다고 풀이한다.

우리는 아직껏 무증상자 혹은 미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실제 감염자 수가 예상을 큰 폭으로 웃돌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체 감염자 수를 가리키는 분모가 예상치를 웃돌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당연히 낮아진다.

지난달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감염자의 3.4%가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대단히 높은 치명률이다. 그로부터 1주일 뒤 파우치 소장은 코로나19의 실제 치명률은 1%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만 해도 유행성 독감에 비해 10배나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19 감염자의 절반이 아무 증상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 얼마 전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염자의 75~80%가 무증상자일 수 있다.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들은 거의 병원을 찾지 않는다. 당연히 검사도 받지 않는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음에도 확진자 집계에서 빠진다는 뜻이다.


이번에 모형제작자들이 사용한 자료 중 대다수는 중국과 이탈리아에서 나왔다. 자료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숫자는 감염자 중 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백분율로 표시한 치명률이다. 치명률을 산출하려면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필요하다. 사망자 수는 비교적 파악하기 쉽다. 반면 감염자 수는 정확한 집계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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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증상자와 무증상자 모두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무작위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대표 표본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현재 이런 표본을 가진 나라는 거의 없다. 어이없을 정도로 부적절하고 불완전한데다 더디기까지 한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전염병 자료 분석 분야의 최고권위자이자 스탠퍼드대의 역학전문가인 존 이오아니디스 박사는 코로나19의 치명률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됐다고 지적한다. 이오아니디스 박사는 “기하급수적 증가를 보이는 표본의 경우 기수(base numbers)에 약간의 착오라도 발생하면 최종 수치는 10배, 30배, 심지어 50배까지 빗나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탑승자 혹은 거주민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선별검사가 이뤄진 사례는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 이탈리아 소도시인 보 에우가네오와 콜로라도주 샌미겔 카운티 등 3건이 전부다,

상당수 무증상 감염자를 비롯한 이들 3곳의 실제 확진자 수를 미국 인구에 대비해 조정할 경우 코로나19의 치명률은 독감 시즌의 사망률과 비슷하다. 이오아니디스 박사는 아이슬란드와 덴마크의 자료도 동일한 방향을 가리킨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가진 제한된 검사자료를 근거로 예측하자면 이번 시즌 동안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미국 사망자 수는 4만명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우리는 모델에 근거해 경제를 폐쇄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른 납득할 만한 조치다. 그러나 모형이 제공하는 전망치의 정확성은 데이터의 정확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경제 재개는 결정적으로 집단검진에 달려 있다.

한국이 봉쇄조치 없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할 수 있었던 것은 선별검사를 훌륭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연방정부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과제는 광범위한 무작위 검사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최고의 자료를 모은 뒤 그것에 기초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눈을 가린 ‘깜깜이 비행(flying blind)’으로 이번 위기를 겪어야 하고 그 기간은 필요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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