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5일 “총선 이후에도 흔들리지 않는 수사를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4·15 총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로 잠시 멈춰 섰던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등 권력형 비리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은 이날 집 근처 투표소에서 21대 총선 투표를 마치고 선거사범 단속 등 수사를 지휘하기 위해 출근한 대검찰청 간부 등을 만나 식사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치적 중립’은 펜으로 쓰면 잉크도 별로 안 드는 다섯 글자이지만 현실에서 지키기가 어렵다”며 “국민들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어려운데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윤 총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함에 따라 총선을 앞두고 잠시 멈춰 있던 검찰 시계도 다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는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건 등 대형 사안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총선 이후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진을 추가 조사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미 지난 1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불구속 기소했지만 나머지 피의자들은 총선 후 사법처리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도 늦어도 다음달 중 주요 연루자들의 혐의 유무와 형사처벌 대상을 결정하고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남부지검이 맡은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신라젠 사건 수사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사건은 정치인들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한 채널A 기자와 현직 검사장 간 ‘검언유착’ 의혹,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부인 관련 사건들도 총선 이후 검찰 수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도 정기 인사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졌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비리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과 관련된 재판들이 줄줄이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17일 조 전 장관의 가족비리 및 감찰 무마 등 혐의 사건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이 사건에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공범으로 기소돼 있어 조 전 장관 부부가 나란히 피고인석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재판부가 심리를 맡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은 23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 전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있다. 조 전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활동 확인서를 발급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첫 재판도 21일 열린다.
/손구민·이희조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