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7조6,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세출 구조조정과 기금 활용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 국가채무는 늘어나지 않지만 기금 활용이 포함돼 있어 일반회계 기준 총지출은 늘어나게 됐다. 이에 나라 곳간 사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외환위기 때인 지난 1998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에 필요한 재원 7조6,000억원 가운데 3조5,946억원은 세출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조달한다. 금리 하락에 따른 국고채 이자 절감(2,700억원), 유가하락으로 인한 난방연료비·유류비 등 감액(2,242억원), 국방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분야에서 입찰·계약이 지연된 사업비 조정(2조4,052억원) 등으로 돈을 마련했다. 공공 부문 고통분담을 이유로 공무원 연가보상비를 감액하는 등 인건비 절감(6,952억원)도 포함됐다. 연가보상비 삭감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하위직 공무원을 ‘고통분담’이라는 명목으로 희생양 삼는다”며 “정당한 권리를 삭감한다는 것은 명백한 권리침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세출 구조조정만으로 필요한 재원을 모두 마련하지 못한 정부는 지출 축소 등 기금 재원 활용으로 나머지 4조원을 채웠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의 외국환평형기금 지출 축소로 2조8,000억원,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주택도시기금·농지관리기금 등 기금에서 1조1,748억원을 쓰기로 했다. 전체 재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외평기금은 외환시장 안정에 필요한 재원이다. 정부는 최근 원화 약세에 따라 원화 자산 수요가 감소해 외평기금으로 지출하기로 했던 12조원 가운데 2조8,000억원을 덜 지출할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적자국채 발행은 없어 국가채무는 변동이 없지만 재정수지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총수입은 1차 추경 대비 5,000억원(주택기금 이전) 늘어난 482조1,000억원인 반면 총지출은 527조2,000억원으로 1차 추경 대비 4조원이 증가했다. 지난해 본예산 대비 지출 증가율은 12.3%에 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2차 추경 기준으로 총지출에서 총수입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조5,000억원 적자가 발생한다. GDP 대비 2.3% 적자다.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4.3% 적자로 1998년 4.7% 적자 이후 최악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전망대로 올해 GDP가 -1.2%로 역성장하게 될 경우 모수(母數)가 줄어들면서 재정수지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정치권 요구대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100%로 늘어나고 향후 3차 추경까지 진행될 경우 재정수지 적자가 5%를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