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을 내주며 참패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뒤늦은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중도층으로부터 미움 받는 정당, 지지층에게는 걱정을 드리는 정당이 됐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김용태 의원은 “실력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거대한 오판을 했다”고 자평했다.
17일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지낸 김용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에 졌으나 할 말은 해야겠다”며 “우리는 실력과 품격을 갖추지 못한 채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달라는 거대한 오판 끝에 국민의 무서운 심판을 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잘잘못을 떠나 미래통합당에게 국민의 현재와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하면서 “우리의 자승자박이요 자업자득이다. 국민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내 잘못에 이 신새벽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 가눌 길 없다. 자책하고 또 자책한다”고 적었다.
김 의원은 4·15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해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과 경쟁했으나 1만9,047표 차이로 낙선했다.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된 장제원 의원도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의 암울한 앞날에 침통한 마음만 든다”며 “어쩌다 이렇게 까지 망가졌을까, 어쩌다 이렇게 까지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과거는 과거로 치부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니 오싹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대 총선,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21대 총선까지 이어진 4연패의 의미는 몰락”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실정과 대충대충 얼버무린 통합이 우리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무식한 판단은 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만적 정권에게 180석이라는 역대급 승리를 안겨준 국민들은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미래통합당이 싫어서 야당을 심판했다”며 “우리는 이제 ‘중도층으로부터 미움받는 정당’ ‘우리 지지층에게는 걱정을 드리는 정당’이 되어버렸다”고 한탄했다.
장 의원은 “이제 우리는 장례식장으로 갈 것인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분만실로 갈 것인가 운명의 시험대로 향하고 있다”며 “죽음의 계곡에서 결연한 각오로 임하겠다”고 했다. 장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52%(6만6,353표)를 획득, 46.5%(5만9,346)표를 얻은 배재정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총선에서 통합당은 영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패하면서 지역구 의석 83곳을 얻는 데 그쳤다. 총선 이틀 후인 이날 당 내에서는 때늦은 자성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한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총선 참패의 이유는 ‘막말 파동’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엔 코로나 이슈가 컸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정 못 한 유권자들이 많았다”며 “유권자들에게는 ‘이 당을 찍어야 할 이유’가 필요했는데 그걸 만든 게 막말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통합당에 ‘강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속시원히 말하자면 (통합당이) 본투표에서는 이기고 사전투표에서 진 곳이 많다. 저도 본투표에서 많이 받았다. 그래서 졌다”며 “사전투표 의혹론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걸 제발 거두라고 하고 싶다”라고 했다.
또 “유튜버들한테 휘둘리는 이런 수준의 정당은 이제 안 된다”며 “보수 유튜버 중심으로 사전투표에 CCTV가 없으니 그건 정부에서 부정을 일으킬 수 있으니까 본투표로 가라고 했고, 실제로 본투표에 보수가 몰렸다. 사전투표가 부정이라는 분들은 지고도 정신 못 차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께서 주신 회초리를 달게 받겠다” “재창당에 버금가는 쇄신 작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