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과 원유에 투자하는 해외 원자재 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20달러에 근접하면서 저유가에 베팅하는 투자자와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금값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수요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원자재 펀드에 지난 한 주간 6,816억원이 유입됐다. 16일 하루에만 2,111억원, 지난 한 달 동안에는 2조8,653억원의 자금이 신규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형 펀드 유입이 지난 한 주간 1,551억원, 한 달간 2,240억원임을 고려하면 해외 원자재 펀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개별 펀드로는 유가 및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액이 크게 늘었다. 삼성 KODEX WTI원유ETF는 지난 1주일간 5,440억원이 설정됐으며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ETF에도 680억원이 신규로 설정됐다. 액티브 운용펀드 중에는 삼성WTI원유특별자산펀드에 422억원이 신규로 유입됐다.
금 관련 펀드 중에서는 삼성KODEX금선물ETF와 삼성KODEX은선물ETF가 지난 1주일간 40억원과 190억원 규모로 신규 설정됐다. 이는 금과 원유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유의 경우 최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배럴당 다시 20달러대를 밑돌자 저가매수 기회를 노리고 진입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전날과 같은 19.8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국제유가는 이달 초 반짝 반등하기도 했으나 감산합의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재차 내려앉았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WTI 관련 펀드들은 수익률이 크게 저조하다”면서도 “향후 단기 반등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생산 원가를 감안하면 현재 수준에서 더 하락할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전망 때문에 투자수요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은 최근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국제 금 가격은 지난달 19일 만해도 온스당 1,478달러선이었으나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돼 14일에는 1,756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값은 최근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전 세계적인 돈 풀기로 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금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금융시장이 아직은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가 강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이 6월까지 이어질 경우 금값이 1년 안에 온스당 1,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