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청론직설]"지금은 경제부터 살려야 할 때...여야 자기 주장만 말고 협치해야"

[주승용 국회부의장]

이번 총선 민심은 국정 안정...일자리 만들기 등 합심 필요

與 독주 정치 경계하고 野는 대안없는 발목잡기 반복 안돼

일하는 국회 위해 입법·예산 심의 절차·국감 시스템 바꿔야

국회 신뢰 '길에서 본 사람'보다 낮아...잘못 인정하고 사과를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 부의장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처럼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욱기자주승용 국회부의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 부의장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처럼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욱기자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총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과 야당의 참패로 끝났다. 선거가 끝나면 으레 그렇듯이 이번에도 여야 모두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당리당략과 진영 논리에 빠졌던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20대 국회도 여야가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4선 의원으로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주승용 국회부의장(전남 여수을·민생당)을 총선 직전과 직후 두 차례 인터뷰해 차기 국회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들어봤다. 주 부의장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여당은 180석 이상을 얻었다고 해서 독주정치를 해서는 안 되고, 야당은 대안 제시 없는 발목잡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주승용 국회부의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 부의장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처럼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권욱기자주승용 국회부의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주 부의장은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처럼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권욱기자


-4·15총선 결과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번 총선에서는 문재인 정부 견제보다는 국정안정에 무게가 실린 민심이 표출됐다.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달라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지역주의가 재연되고, 20대 국회보다 더 심한 거대 양당체제가 부활했다는 것이다. 본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취지는 양당 외에도 군소정당이 원내에 많이 진출해 다양한 계층들을 대변하라는 것인데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재개정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난맥상이 심각하다.

△무엇보다 선거제도를 만드는 과정이 잘못됐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함께 논의해 선거의 룰을 결정해야 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고 ‘4+1협의체’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강행한 것이 지금의 난맥상을 불러왔다.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제도를 개선하고 새로 도입하는 것을 주저한다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함께 논의해 더 나은 제도로 발전시키는 것이 국회가 해야 할 일이다.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을 다시 논의해 개정해야 한다.

-차기 국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를 강타했다. 전시상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경제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는 더 오랫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국민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는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말처럼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은 여야가 합심해 경제회복을 위해 진력해야 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경제부터 살려놓아야 경쟁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회의 일하는 시스템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크게 세 가지를 정비해야 한다. 우선 입법활동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법제사법위원회의 역할을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상임위 중심의 입법활동이 잘되지 않는 주된 이유가 법사위가 법안에 자꾸 손대면서 월권행위를 해서다. 법사위는 법안이 헌법에 맞는지 법안체계와 자구에 대해 심사하는 본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예산안 심의 과정도 손봐야 한다. 상임위, 예산결산특별위, 예산안 소위·소소위 등을 거치다 보니 ‘깜깜이’ ‘밀실 야합’ 논란이 반복된다. 예산안 심의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다. 삭감과 증액 논의 과정을 공개해 투명하고 공정한 심의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국정감사에서도 1년 내내 가동되는 상시 국감이 필요하다. 국감 기간 20일 정도만 버티면 된다고 부처들이 생각하니 자료 제출도 부실하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여전하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길 가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믿음보다도 더 낮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본 기억이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국회를 불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누가 정권을 잡아도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진다고 느끼지 못하는 데 있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여당이든 야당이든 잘못이나 실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의 고질병은 잘못을 깨끗하게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교수가 “정치인들이 분명하게 사과하지 않고 뜨뜻미지근하게 대충 사과하면 그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 화가 난다”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당리당략에만 몰두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20대 국회를 되돌아보면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콘크리트 지지층에 기대면서 너무 분열됐다. 정당이라는 것이 정권을 잡아 지지자들을 위해 정책을 펼치는 무리라고 하지만 무조건 자기주장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내는 협상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니 날마다 싸우기만 하고 그 싸움이 끝나지 않는 것이다. 먹고살기도 힘든 국민들은 ‘식물국회’와 ‘동물국회’를 보면 그야말로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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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불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1991년에 전남도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지 30년이 지났다. 지역구인 여수 시민들에게 지난 30년 동안 과분한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선거에 출마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정치인들이 많은데 여덟 번이나 당선시켜주셨다. 정치를 해오면서 항상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자고 다짐해왔다.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 능력과 열정이 있는 젊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되갚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마무리해야 할 몇 가지 숙제들이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불출마 선언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불출마를 선언하기 전에는 출마를 강행해야 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다행스럽게도 불출마를 선언한 뒤에는 모두 잘했다고 칭찬해주셨다. 사실 지난해부터 지인들과 주변 분들에게 불출마 의지를 밝혀왔지만 불출마가 오랫동안 함께 정치를 해왔던 선배·동료 의원들에게 혹시라도 부담이 될까 걱정이 컸다. 불출마 선언문에서 밝혔듯이 정치를 오래 했다고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들께서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하루아침에 중진 의원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숱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야만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민들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키워내는 것이다. 중진 의원들의 역량과 경륜을 적재적소에 잘 쓰면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

-그동안의 정치생활을 평가한다면.

△지난해부터 불출마를 고민했기 때문에 지난 16년간의 국회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책을 쓰려고 했다. 출판을 준비하면서 초선 의원 시절부터 되돌아봤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으나 아쉬운 점이 많았다. 군수나 시장을 지낼 때는 예산을 집행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성과가 눈에 보여 재미도 있고 보람도 컸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는 역할 등을 하기 때문에 들인 공에 비해 체감할 수 있는 결과물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예산을 우선 확보해야 하며, 어떠한 법과 제도를 개정하고 만들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이를 통해 지역구에 봉사한 것에 대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정치인생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단연 여수세계박람회를 최초로 제안해 유치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여수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교통 불편으로 소외받았다. 하지만 세계박람회 유치를 계기로 도로, 초고속열차인 KTX, 공항, 다리 등을 건설하거나 확장했다. 특히 KTX를 여수까지 건설할 당시 예산 문제로 중앙정부에서는 난색을 표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경제 논리를 내세워 국토부·기획재정부와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기어이 완성했다. 그 결과 여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1등 해양관광도시로 거듭났다.

-앞으로의 계획은.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39세에 정치에 입문한 지 30년이 지났다. 정치인은 순간순간이 중요하므로 가족들에게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다. 일단 평범한 여수시민으로 돌아가 자상한 남편과 따뜻한 아버지로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취미생활을 좀 더 깊이 있게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과분하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 군수와 시장을 하면서 배웠던 행정경험과 의정활동을 통해 얻은 중앙정치 경험을 활용해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갖고 있다. shim@sedaily.com

He is...

1952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제일고와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무역학 석사 학위, 전남대에서 수산과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무소속으로 전남도의원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4·5대 도의원, 민선 2기 여천군수, 초대 통합 여수시장 등을 지냈다.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국회의원으로 처음 당선됐고 20대 총선까지 내리 4선을 했다. 2018년 7월에는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됐다. 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지난달 10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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