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살아난 중국 車시장…현대·기아차도 힘 받나

정부 부양책에 소비심리 부활

주간 판매량 3개월만에 반등

중국 자동차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 중국에서 시장 평균을 웃도는 판매 증가율을 보였던 현대·기아자동차의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9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4월 2주차 중국 주간 자동차 일 평균 판매량은 3만3,43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증가했다. 올 1월 3·4주차 일 평균 판매량(3만8,611대)이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한 후 주간 기준으로 3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CPCA는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며 “폭발적인 수요 증가 현상은 아직 보이지 않지만 정부의 수요 촉진 정책이 점차 효과를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자동차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이달 들어 최대 160만원 상당의 자동차 구매보조금 지급, 번호판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부양책을 최장 올해 말까지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동차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경우 현대·기아차(000270)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도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중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 시장 평균을 웃도는 판매 신장세를 보였다. 프랑스 르노그룹 등 경쟁 업체의 중국 승용차 시장 철수도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현지 시장 점유율을 늘릴 기회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4분기 사상 최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이 경제회복을 앞당기기 위해 적극적인 부양책을 쓰는 만큼 자동차 시장의 정상 궤도 안착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2015A15 중국현대기아차소매판매



‘-82%와 -28%.’


지난 2월과 3월 현대·기아자동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의 전년 동기 대비 중국 소매판매 하락률이다. 올 2월만 해도 중국 시장 판매량이 82%까지 수직 추락했던 현대·기아차는 3월 들어 감소 폭을 28%까지 줄였다.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자동차 소비증진 정책에 발맞춰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자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이 추세라면 4~5월에는 전년 대비 판매량 증가도 노려볼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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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3월 중국 소매판매량은 4만8,427대로 작년 동기보다 28% 감소했다. 이는 중국 전체 자동차 시장 감소 폭인 40%보다 12%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중국 현대·기아차가 시장 평균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밝다. 중국 지방정부의 자동차 산업 부양책이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중국 소비자들이 속속 자동차 구매 행렬에 오르고 있어서다. 성별로 자동차 구매보조금 규모는 최대 160만원 수준까지 확대됐고 광저우·항저우·상하이·베이징을 중심으로 번호판 규제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 당국은 우리나라의 개별소비세에 해당하는 증치세 인하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개최 가능성이 높은 양회에 앞서 중국 당국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비 증진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며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도 전체 자동차 시장 상승세에 발맞춰 판매량 정상궤도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실적 하락에도 고객 혜택을 늘리는 역발상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섰다. 4월 들어 베이징현대는 ‘신안리더(마음의 평온과 다양한 혜택을 드립니다)’를, 둥펑위에다기아는 ‘아이신부두안(사랑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 캠페인을 각각 시작했다. 고객이 차량 구입 후 1년 내 실직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경우 차량을 잔여 할부금으로 되사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차를 산 뒤 한 달 내에 마음이 바뀌어도 무상으로 교환해준다. 이들 프로그램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도입해 반향을 일으킨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의 중국판이다. 당시 현대차(005380)는 미국 자동차 업체 중 유일하게 매출이 늘었다.

또 예정대로 신차를 출시하며 판매율 견인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10일 베이징현대는 중형 세단 ‘라페스타 전기차’의 신차 발표회를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했고 둥펑위에다기아는 오는 6월 K3 전기차를 현지에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에 경쟁업체의 철수는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에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시장 타격이 심화하자 둥펑르노 지분 50%를 둥펑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사실상 중국 내연기관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다. 지난해 르노의 중국 시장 판매 대수는 18만대 규모다. 이 외에도 중국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추가로 사업을 접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발 중국 자동차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가 시장점유율을 높일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 자동차 시장의 반등을 유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 이후 처음 나타난 자동차 시장의 회복 신호이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움직임은 미국·유럽 등 코로나19가 상대적으로 늦게 확산한 국가의 자동차 시장 회복 여부 및 시기를 가늠할 선행지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 자동차 시장이 성공적으로 반등할 경우 세계 자동차 업계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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