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트럼프 재선위해 미중협상 희생하나…韓 수출 더 꼬일수도

[코로나發 신냉전]

트럼프 '코로나 책임 화살 中으로 돌려야 선거에 유리' 판단

中도 의료품 대미수출 지연 시키고 원조국 확대 등 노골화

G2 '자국 우선주의' 통상에 불똥...한국경제 또 다른 악재로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의 해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성조기와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샌디에이고=AFP연합뉴스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령의 해제를 요구하는 주민들이 성조기와 푯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샌디에이고=AFP연합뉴스


공화당 소속인 케빈 크레이머 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사적인 통화를 했다. 크레이머 의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규모로 발생한 사우스다코타의 육가공 공장이 사실은 중국 대기업 소유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중국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고 답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1단계 무역협상을 지키기 위해 애써왔다. 그는 지난주 초만 해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고 했지만 생각이 급격히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의 엇갈리는 발언에도 그의 선거 중심축은 코로나19에 따른 인명피해와 경제적 고통에 대한 분노를 미국인들이 경계하는 적대국으로 돌리는 것”이라며 “공화당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중국의 과실을 들추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공화당 내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역협상을 희생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인들이 중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중국도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의료물품의 미국 수출을 지연시키고 있다. 우한연구소 기원설 역시 미국 내에서도 반론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많은 사안이다.


두 나라의 입장 차이와 다가오는 미 대선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이후 미중 간 전면적인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중국이 홍콩 시위 지지를 막기 위해 NBA 불매운동을 벌인 것을 두고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 적을 응징하려는 전체주의적 정권으로 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중국의 성장을 막고 분열의 씨를 뿌리려는 패권국가라고 생각한다. 정치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국가안보와 영향력을 둘러싸고 두 나라가 더 노골적으로 충돌할 것”이라며 “홍콩과 대만·위구르족·남중국해를 포함해 많은 문제에서 대립이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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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코로나19 사태에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중국이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을 알리기 위해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중국의 통치모델을 과시하는 데 사용하고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에 재정과 의료지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의 원조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수용한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부채위험에 빠진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책임론을 이유로 중국에서 떨어져 나갈 거고 다른 나라는 절대적으로 중국이 필요할 것”이라며 “중국은 당근을 제시할 거다. 그런데 작고 썩은 당근이다. 이것이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미중 무역합의에 균열을 일으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국가와 기업에도 전략 변화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각국 정부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공급 사슬 붕괴를 경험하며 중국 등에 몰려 있는 제조업 기지를 분산시키거나 해외 생산기지를 다시 자국으로 가져오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무게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감염병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18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44%이며 총수출 대비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은 27%에 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의 수출 전선에는 이미 먹구름이 드리운 상황이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전년 대비 18.6% 급감한 122억달러로 집계됐다. /뉴욕=김영필특파원 세종=나윤석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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