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착용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커프’ 없이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삼성 헬스 모니터’앱이 정부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으며 올해 3·4분기 중 ‘갤럭시 워치 액티브2’에 탑재될 예정이다. 다만 고혈압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료진으로의 실시간 전송기능은 규제로 인해 아직 가능하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삼성 헬스 모니터’ 모바일 앱을 의료기기로 허가했다고 21일 밝혔다. 혈압을 측정하는 모바일앱이 정부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은 건 국내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앱은 최초에 커프 혈압계로 기준 혈압을 측정해 측정값을 입력한 후 스마트워치의 센서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발광다이오드(LED)의 빛을 혈관에 비춰 이들 조직을 통과하는 혈액량을 센서로 측정한다. 스마트워치 또는 스마트폰앱에서 측정된 혈압 값이나 이전부터 저장된 이력 정보를 확인해 사용자 혈압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기준 혈압은 4주 마다 커프 혈압계를 통해 보정 해야 한다.
앱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기존 자동전자혈압계의 성능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혈압 정확도의 차이 평균이 ±5㎜Hg 이하, 차이의 표준편차가 8㎜Hg 이하이며, 맥박수 정확도는 ± 5% 이하다. 올해 3분기 내 출시될 예정이며 관련 센서가 내장된 갤럭시 워치 액티브 2부터 지원된다. 이와 함께 향후 혈압 측정 기능이 지원되는 스마트 워치에도 적용된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달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을 개정했다. 갤럭시워치 등의 기기 대신 모바일 앱만 단독으로 의료기기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는 의료기기 전문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규제가 존재해 현실적으로 스마트워치 자체를 의료기기로 지정할 수 없었다”며 “모바일 앱 단독 허가를 통해 전자제품을 의료기기 전문매장에서 구매해야 하는 비현실적인 규제를 풀었다”고 밝혔다.
다만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기능은 빠졌다. 원격의료를 금지한 의료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마트워치를 통한 혈압 측정의 활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데이터를 스마트폰에만 저장하는 것만으로는 실시간 혈압 측정의 의미가 없다”며 “혈압이 순간적으로 변해 환자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의료진이 상황을 인지하고 즉각 조치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당국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를 겪으며 관련 규제 철폐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부정맥 환자의 심전도를 측정해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송하는 휴이노의 ‘메모워치’는 보건복지부의 ‘규제 없음’ 판정에 따라 최근 정식 출시 됐다. 지난해 2월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지 1년 만이다. 길영준 휴이노 대표는 “아직 ‘메모워치’ 관련 수가나 정책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첫 발은 뗐다고 본다”며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식약처 고위관계자 역시 “‘삼성 헬스 모니터앱’의 식약처 허가와 휴이노 ‘메모워치’의 규제 샌드박스 적용 및 정식 출시를 통해 스마트 헬스서비스가 더욱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 갤럭시워치 역시 신청만 한다면 의료진 전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