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오 시장은 “죄스러운 말씀을 드린다.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전격적으로 부산시장직에서 사퇴하면서 오 시장의 행적과 사건 전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 시장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성추행 사건이 자신의 집무실에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한사람에게 5분 정도 짧은 면담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시인했다. 대상은 부산시 공무원인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피해 여성 A씨는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저는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다. 여느 사람들과 같이 월급날과 휴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며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이번 사건으로 제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달 초 업무시간 처음으로 오 시장 수행비서 호출을 받았고 업무상 호출이라는 말에 서둘러 집무실에 가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해 여성은 부산시 공무원으로 재직중에 부산시장 집무실에서 추행 당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 시장의 추행이 4·15 총선이 있기 일주일 전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사건이 총선 일주일 전쯤 발생했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보고를) 늦춰온 데 대해 부산시당이 ‘피해자 심리상태가 안정돼 있지 않아서, 상담센터에서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급했다’고 얘기해 그렇게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며 “경중에 관계없이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여성 A씨는 “그곳에서 발생한 일에 경중을 따질 수 없고 명백한 성추행이었고 법적 처벌을 받는 명백한 성추행이었다”며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경중에 관계없이’ 등 표현으로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칠까 두렵다”고 반박했다. 결국 오 시장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피해여성은 실수가 아닌 노골적인 추행이라고 반박한 셈이다.
피해 여성은 자신의 피해가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4월 말 이전 사퇴할 것과 사퇴 이유에 ‘강제 추행’ 사실을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성폭력상담소와 피해자는 이 같은 두 가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문서를 작성한 뒤 매뉴얼에 따라 오 시장 측이 약속을 어길 것에 대비한 조치도 해둔 것이다. 피해자와 상담소는 이런 두 가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문서를 작성한 뒤, 매뉴얼에 따라 오 시장 측이 약속을 어길 것에 대비한 조치도 해뒀다.
미래통합당은 사퇴 시점을 놓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성원 대변인은 “성추행 이후 오 시장의 행보는 파렴치를 넘어 끔찍하기까지 하다”며 “(오 시장은) 주변 사람을 동원해 회유를 시도한 것도 모자라 자신의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인권마저 정치적 계산에 이용하고 끝까지 부산시민과 국민을 우롱하고 속이는 행위”라며 “총선 이후 사퇴가 개인의 결정인지, 그 윗선의 누군가와 모의를 한 것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총선 전에 이 문제가 불거질 경우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던 만큼 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통합당 내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이 이 사건에 관여했는지 등을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정오규 전 통합당 부산서·동구 당협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위해 청와대와 여권의 권력층이 이 사건에 관여했거나 묵인했는지, 본인이 스스로 한 것인지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며 “피해자 고소와 관계없이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고 오 시장은 법정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공무원 성추행 사건으로 오거돈 부산시장이 사퇴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은 오 시장의 일탈 행위를 인지한 것이 이날 오전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중 사퇴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부산시정 공백이 불가피하게 된 것에 대해 부산시민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 시장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점을 강조하며 불똥이 민주당으로 튀는 것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오 시장의 일탈행위에 대해 24일부터 윤리심판원 회의를 통한 징계에 착수하고 제명 조치하겠다는 방침도 시사했다. 다만 중앙당은 이날 오전에야 오 시장의 사퇴 예정 소식을 인지했다고 선을 그었다. 윤 사무총장은 “사건이 총선 일주일 전쯤 발생했다고 하는데 부산시당은 ‘피해자 심리상태가 안정돼 있지 않아서 상담센터에서 피해자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 급했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오 시장의 기자회견 예정 소식도 1시간30분 전에 최초로 인지한 데 이어 이해찬 대표 보고 역시 기자회견 15분 전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또 오 시장 보좌진이 오 시장의 사퇴를 총선 이후로 미루자고 제안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조치가 함께 이뤄지는 것이 검토될 수 있다”며 “지난해 가을 한 차례 (미투 의혹과 관련한) 보도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을 주목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해 중앙당 차원의 개입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 시장이 이날 전격 사퇴하면서 부산시장에 대한 보궐 선거가 내년 4월 7일 치러질 예정이다. 우선 야권에서는 415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다선 의원이나 낙선자 중 유력인사 등이 차기 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먼저 5선에 오른 서병수 전 부산시장과 조경태 의원을 비롯해 3선인 하태경, 김도읍 의원이 후보군 물망에 올라 있지만 1년도 안 돼 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한 중진인 김정훈(4선), 이진복(3선), 김세연(3선) 의원 등이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3선으로 부산 총선을 진두지휘한 김영춘 의원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보궐선거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 의원은 부산진갑에서 미래통합당 서병수 전 부산시장에 접전 끝에 패해 대권의 꿈을 접고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도 큰 부담이 없다는 평이다. 또 재선에 성공한 박재호·최인호·전재수 의원도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잠재 후보군에 올라 있지만, 당선된 지 1년도 안 돼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지역구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
여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부산시장에 출마해 당선된 뒤 다음 대선에 직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의 경우 고향이 부산인 만큼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길 경우 대선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출마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 대표 역시 부산출신으로, 과거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한 뒤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양보했던 만큼 이번에는 부산에서 시장에 당선되면 대선 가도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