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국가시험기준이 중구난방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 및 공무원채용 시험일정이 주무부처별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고통받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통일된 시험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
24일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된 형태로 재연장해 운영하는 한편 필수 자격 시험에 대해서는 철저한 방역을 통해 치르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실업난이 극심한 가운데 간절히 취업을 희망하는 취준생들의 사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국가 시험 일정을 보면 취준생들의 속은 오히려 타들어가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19일 ‘완화된’ 형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5월 5일까지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4월 25일 예정된 기사시험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혼란에 빠졌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지난 5일 고용노동부가 총 2만 5,000여명이 응시하는 기능사 실기시험과 기능장 필기시험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발표 다음날인 20일에는 시험을 주관하는 산업인력공단(큐넷)에 문의전화가 폭주했다. 큐넷 측은 20일 오전“주무부처와 논의중이지만 공고대로 25일 시행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수험생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시험이 5일 남았으니 열심히 공부하자”고 서로를 독려했다. 그러나 큐넷은 당일 오후에 시험 연기를 공고했다.
시험이 6월에 몰린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5월 초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을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일로 둔 것은 코로나19 2차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23일 “올가을에 코로나19가 2차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시험 목표를 7월 말로 잡는 등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기된 기사시험의 경우 6월 6일·7일, 산업기사시험과 서비스자격 필기시험은 6월 13일·14일에 진행되며 수험생만 총 28만명이다. 시험 잠정연기로 3000명 수험생들의 속만 태우다 23일 발표된 감정평가사 1차시험 일정도 6월 13일로 잡혔다. 응시자가 5만명이 넘는 소방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은 6월 20일로 잡혀있다.
형평성 논란도 불거진다. 올해 응시자가 1만 2,000여명이 예상되는 세무사 1차시험은 5월 9일에서 잠정연기돼 미정이다. 반면 기술사 시험은 5월 9일 예정이다. 이에 산업인력공단 측 은 “세무사는 연 1회 시험이지만 기술사는 연 3회라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 1회 치러지는 변리사 시험은 1차 시험 일정이 5월 30일로 공지된 상태다.
정부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정평가사 시험 준비 중인 대학생인 박모(24)씨는 “휴학하고 시험 준비하는 입장에서 공고에 맞춰 복학 스케쥴을 짜놨는데 시험 일정이 계속 변경 돼 복학 계획이 어긋났다”고 하소연했다. 한 세무사 수험생은 “수험생들의 예측가능성과 안전 등을 고려한 일관성 있는 지침이나 연기된 결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