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으로서 치열하게 치고받던 SK텔레콤·KT·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가 최근 초월적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 담합이 아닌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함께 개척하기 위해서다.
전자 인증서비스 ‘패스(PASS)’는 가장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6월 통신3사의 개별 인증서비스를 패스로 통합한 후, 1년 8개월만에 가입자가 1,400만명 가량 증가했다. 매번 개인정보를 입력했던 복잡한 본인 인증절차가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끝나도록 바꿨다.
차세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 ‘채팅+(채팅플러스)’도 3사가 머리를 맞대고 출시했다. 지난해 8월 연동서비스를 시작한 후 6개월만에 가입자 수가 2,000만명을 돌파했다. 재사용률이 높아 가입자의 약 85%가 월간 순이용자(MAU)다. 같은 통신사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카카오톡처럼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다. 실시간 읽음 확인도 가능하며, 최대 100명까지 그룹대화도 할 수 있다. 일부 스마트폰의 경우 선물하기, 송금하기 기능도 지원한다.
3사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설치도 협력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지하철의 5G 설비 구축작업을 공동으로 마쳤다. 일부 5G 인프라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통신 3사가 뭉치는 이유는 시너지 효과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다. 이용자가 전 국민 규모인 3사의 가입자 전부로 확장되기 때문에 서비스의 파급력이 압도적으로 커진다. 패스와 채팅+가 빠른 시간 안에 가입자를 늘린 배경이다. 효율성도 높아진다. 공동구축으로 시간과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5G 인프라를 함께 설치하는 이유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물 들어올 때 함께 노를 저어야 효율적이다”고 밝혔다.
뉴ICT시장을 함께 개척할 동반자가 생기는 것도 통신3사에게는 매력적이다. 3사는 패스를 통해 보안시장의 규모를 키운 바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 3사는 이동통신시장만 보고 싸웠다”며 “지금은 3사가 힘을 합쳐 서비스 혁신을 통해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협업 성과에 힘입어 다른 서비스도 공개할 계획이다. 올 상반기에 패스에서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3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에서 임시 허가를 받은 뒤 경찰청·도로교통공단과 손을 잡았다. 실시간 신원·운전자격 확인이 가능해져 편의성도 높아지며, 명의도용도 차단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호주에서는 선보인 서비스다.
블록체인 모바일 전자증명서비스 ‘이니셜’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토익성적표나, 졸업증명서, 재직증명서 등을 모바일 앱에서 발급받아 기관에 바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성도 높다.
통신 3사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지를 드러냈다. 한 통신사관계자는 “전국민 수준의 서비스 기반을 마련해서 공익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정부관계자도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협업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