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팔아서 먹고살아야 할 텐데 (중략) 사람답게 살아보고 싶어.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반찬 먹게 해줘….”
시대를 풍자한 인디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고(故) 이진원씨가 생전 노래했던 곡 ‘도토리’의 가사다. 이씨가 음원 수익 대신 싸이월드 ‘도토리’를 받았다는 내용의 가사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고인은 가내수공업으로 제작한 음반을 일부 매장에 직접 유통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확보하려 했던 ‘음악유통 실험’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반지하 자취방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숨을 거둔지 어느덧 10년, 한국 음악 산업계는 얼마나 달라졌나 의문을 품게 된다.
세계 6위 규모를 자랑하는 한국 음악 시장에서 대부분의 노래는 음반이 아닌 음원, 그중에서도 스트리밍을 통해 소비된다. 영세 창작자의 생계보장 문제제기와 더불어 스트리밍 상품의 수익배분 비율은 꾸준히 개선돼 65(권리자) 대 35(사업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권리자 손에 떨어지는 수익을 결정하는 각 스트리밍 플랫폼의 계산법은 요지부동이다. 전체 스트리밍 규모가 중요한 현행 ‘비례배분제’하에서는 ‘톱100’ 같은 차트 상위권에 들어 재생 횟수가 많은 가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스트리밍 수익분배 구조가 다양성을 해치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해외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크리에이터를 직접 지원하는 플랫폼 ‘패트리온’,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암호화폐를 직접 전송받는 뮤지션 ‘그래매틱’ 등이 그렇다.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같은 대형 아티스트들 역시 부당한 스트리밍료 분배에 항의하며 글로벌 1위 사업자인 ‘스포티파이’에 앨범 제공을 거부한 바 있다.
네이버는 최근 비례배분제가 음원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자사 플랫폼 ‘바이브’에 사용자 중심의 음원 수익 정산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각 사용자가 낸 돈을 직접 재생한 노래의 권리자에게만 분배하는 방식이다. 공고한 체제에 균열을 내고자 하는 네이버의 용기 있는 시도가 반갑다. 한때 노래는 ‘공짜로 듣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듯 ‘내돈내듣(내가 낸 돈은 내가 들은 아티스트에게)’ 역시 당연한 것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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