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동십자각] 檢 사전에 ‘성역’을 지우자

안현덕 기자안현덕 기자



“이제는 검찰의 시간이다.” 한 법조인의 말이다. 그가 총선 이후 정국 흐름의 중심으로 검찰을 꼽은 이유는 간단하다. 검찰이 4·15총선으로 미뤘던 수사를 대거 재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른바 ‘라임 사태’ 핵심 피의자인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을 지난 25일 구속했다. 검찰은 최대 20일 동안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수사할 수 있다. 이 부사장의 핵심 동업자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도 경찰 조사가 끝나는 대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앞서 김 회장 측에 금융감독원이 작성한 라임자산운용 사전 조사서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신병도 확보했다. 이른바 라임 사태 무마 의혹을 풀 핵심 키(key)를 확보한 셈이다. 검찰은 앞서 21일에는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의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두 사건은 공교롭게도 여권 인사 배후설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도 재개해야 한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올 1월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으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조사를 총선 이후로 미룬 바 있다. 아울러 검찰은 4·15총선과 관련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찰이 밝힌 선거사범(15일 기준)은 총 1,279명(1,270명 입건, 9명 구속). 이 가운데에는 당선자 94명(불기소 4명, 90명 수사 중)도 포함됐다.


면면이 쉽지 않은 수사다. 특히 검찰이 좌고우면하거나 이른바 ‘성역’을 둔, 또는 한쪽에 치우친 수사에 나설 경우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검찰은 신뢰성이 추락하면서 내우외환의 처지에 놓였다. 법무부가 법의 날을 맞아 실시한 ‘2020년 우리 국민의 법에 대한 인식과 국민이 바라는 법무부 역할’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명 가운데 한 명(30%)이 법무부 중점 추진과제로 검찰 개혁 등 새 형사사법제도의 정립을 꼽을 정도다. 범죄 처벌 강화(33%)와 함께 검찰 개혁을 최우선 사안으로 볼 정도로 대(對)국민 신뢰를 잃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적 먹잇감으로 놓인다면 검찰은 또 한번 신뢰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앞으로가 검찰에 있어 국민의 믿음을 되찾느냐, 그대로 ‘불신’의 아이콘으로 추락하느냐가 결정되는 ‘골든타임’이 될 수 있다. 정의의 여신 ‘디케’가 왜 한 손에 저울을 또 다른 손에 칼을 든 채 눈을 감고 있는지, 이유를 검찰이 곱씹어볼 때다. 정의의 여신 디케의 사전에는 ‘성역’이 없다.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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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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