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사막에서 남극까지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비전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바람직한 미래 모습이다. 꿈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비전은 더욱 그러하다. 가장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면 실행력이라 답한다. 실행에는 주도면밀한 준비와 용기가 필요하다. 실패했을 때 다가올 냉소와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많은 혁신이 민간에서 이뤄지는 것은 명확한 동기부여가 따라오고 실패에 대한 조직의 관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조직은 이 부분에서 미흡하다.현재 농촌진흥청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한 사막에서 작은 면적으로 벼를 시험재배하고 있다. 한·UAE 양국 정상 간 합의한 농업협력 과제 중 하나다. 현지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기상 상태와 토양 산성도 등 핵심 정보를 전송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에 파종해 수확을 앞두고 있는데 사용한 비싼 물값에는 턱없이 못 미치지만 예측 생산량이 우리나라 못지않다고 한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사막 지하수의 염분을 제거하고 시험 중인 물 절약 방식을 도입해 녹색으로 탈바꿈시키는 비전이다.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여름 찌는 더위를 견디는 온실, 정확하게는 냉실을 실험 중이다. 3층 건물 높이에 축구장만 한 면적이다. 한여름 낮에도 30도 내외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그 안에서 자라는 장미의 품질과 경제성은 입증됐다. 일반 농가시설에서는 어려운 6월에서 8월 사이의 딸기 생산을 시험 중이다. 성공한다면 수출로 연결할 계획이다. 기후변화의 폭이 점점 커지고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시설농업은 늘어날 것이다. 사계절 에너지 절감형을 만드는 혁신이 필요하다.


미생물을 작은 거인이라 부른다. 작물생육 촉진뿐 아니라 다양한 농산물의 기능성 향상과 폐비닐 분해 등 그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기본 미생물들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 대사공학기술로 완전히 새롭거나 기능이 강화된 미생물을 설계하는 작업이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며 바라던 결과를 못 얻을 가능성도 크다. 생산성이 높고 병해충에 강한 작물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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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을 길러 아프리카의 식량부족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세계은행과 협력해 추진 중이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앞선 양잠 산업 기술과 경험이 계기가 됐다. 해당 나라에 키우기 적합한 식용곤충을 선발하는 일부터 농가 교육 훈련과 시설 설치, 가공 등 할 일이 많다.

남극의 우리나라 과학자들에게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보람 있는 일이다. 10년 전 설치한 시설을 바꿀 때가 됐다. 상추뿐 아니라 고추·딸기가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현지의 에너지 사정 등을 고려해 완전히 새롭게 만든 두 동의 실내농장이 오는 9월 남극을 향해 떠나는 배에 실리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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