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타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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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9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한 이슬람사원(모스크) 앞 광장에서 사하로프 인권상 수상자인 사회운동가 라이프 바다위에 대한 태형이 집행됐다. 바다위는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공개토론 웹사이트를 통해 이슬람교와 왕가를 모욕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사우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에 26만달러 벌금형과 함께 태형 1,000대를 선고받은 상태였다. 판결에 따라 태형 중 50번의 채찍질이 행해졌다. 수많은 시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이 바다위의 등과 엉덩이에 채찍을 내리치자 광장에는 비명과 울음소리가 가득했다. 이를 지켜본 국제사회가 강력히 성토하자 사우디 정부는 건강상 이유를 들어 바다위에 대한 나머지 태형 집행을 지금까지 연기하고 있다.


태형은 이슬람권에서 행해지는 세 가지 형벌 가운데 가장 가벼운 수준인 타지르(Tazir)의 한 종류다. 아랍어로 징계·교정을 뜻하는 타지르는 쿠란(이슬람 경전)·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 해석집)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범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판사나 공동체 지도자가 내리는 형벌이다. 이슬람법에서 최고 형벌은 후두드(Hudud)다. 배교·살인·간음·도둑질에 대해 참수형·수족절단형·투석형 등을 선고한다. 다음은 키사스(Qisas)로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같은 수준의 복수를 하거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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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르는 경범죄 처벌과 유사해 범죄의 심각성이나 가해자가 뉘우치는 태도에 따라 수위가 결정되며 통상 벌금형·태형이 수반된다. 태형은 보통 금요일 예배 후에 모스크 앞 등 공개된 장소의 기둥에 처벌 대상자를 묶고 채찍으로 때리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다만 연속적 채찍질로 체벌 대상자가 생명을 잃지 않도록 여러 번에 나눠 진행한다. 바다위에 대한 태형을 처음에 50번으로 제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우디 대법원이 24일 대표적인 타지르 형벌인 태형을 금지하고 징역형 등으로 대체하라고 일선 법원에 지시했다. 25일에는 사우디 국왕이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선고를 금지하는 왕명을 내렸다고 한다.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사우디의 사법제도가 개혁의 길로 접어든 것 같아 반갑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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