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지자체서 빨리? 정부서 많이?' 특고·프리 지원금 눈치게임

지자체 지원금은 빨리 받을 수 있지만 액수 적어

"하루가 급한데 정부 지원금 마냥 기다리나" 현장 고민

지자체별 중구난방인 지원금 기준 탓에 역차별 논란도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연합뉴스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연합뉴스



#학습지인 ‘눈높이’의 한 서울 지점. 눈높이 선생님들이 5차 비상경제회의 발표 후 ‘고용노동부나 서울시 중 특수근로종사자(특고) 지원금을 어디서 받는 게 좋겠느냐’는 주제로 토론하기 시작했다. “예산이 많이 늘었다는데, 정부가 서울시보다 지원금을 더 많이 주지 않을까요?” A 선생님의 말에 B 선생님은 “기다릴 시간이 있어요? 임금이 절반이나 깎였는데”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방자치단에서 받은 기간은 지원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으니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생계가 막막해 ‘어디서 받아야 이득이냐’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가 5차 비상경제회의 결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실시하던 무급휴직자·특수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 지원을 중앙정부가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장에서는 어디서 받는 게 이익인지 따지는 ‘눈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의 중구난방식 지원에 중앙정부가 일원화를 감행했지만 새로운 파열음이 나고 있는 셈이다.

28일 고용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무급휴직자·특고·프리랜서에 두 달 간 생활비를 주는 지원 사업에 1,682억5,000만 원을 배정했다. 지역고용대응 사업은 고용부가 국비를 지자체에 내리면 지방비를 얹어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무급휴직자·특고·프리랜서에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방비를 다 얹어도 1,959억 원 수준으로 사업 대상 26만 명으로 나누면 75만3,500원 꼴이다. 고용부는 사업 시행 당시 2개월 간 최대 50만 원씩 1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지만 애초 예산이 적게 잡힌 것이다. 반면 정부가 지난 22일 5차 비상경제회의 후 발표한 ‘코로나19 긴급 고용안정 지원금’ 1조5,000억 원을 사업 대상 93만 명으로 나누면 약 160만 원 꼴이다. 월 50만 원씩 3개월을 준다는 계획을 넉넉히 지킬 수 있다.


이미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은 서울을 제외한 각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빨리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금과 중복 수령은 인정되지 않는다. 만약 지자체에서 두 달을 받으면 정부의 지원금은 한 달만 받을 수 있다. 결국 지원금을 더 많이 받으려면 고용부가 지원금을 배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3차 추경안 국회 제출→임시국회 통과→사업 시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5월 말~6월 초에나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에서 빨리 적게’ 받든지 ‘중앙정부에서 늦게 많이’ 받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셈이다.

관련기사



애초 지자체 중심의 사업을 그대로 두고 중앙정부가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을 때 이 같은 혼란은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고용부가 중앙정부 중심의 사업을 단행한 것은 ‘중구난방’과 ‘역차별’ 논란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자체별로 사업장 규모·소득 기준을 자체적으로 정해 지원 대상을 설정하도록 여지를 뒀다. 문제는 지자체별 자율 설정 방침이 역차별 논란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경기도는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지침을 내리지 않아 기초지자체인 시군별로 기준이 제각기 다르다. 예를 들어 이천시의 경우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11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해야 하지만 양주시의 경우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5일 이상 쉬면 된다. 만약 6일을 무급으로 쉰 근로자가 있다면 양주의 사업장은 지원받을 수 있지만 이천에서는 지원받지 못한다.

광역지자체의 경우에서도 소득 기준에서 차이가 크다. 특고종사자·프리랜서 지원의 경우 강원도와 대전시는 소득 조건이 없지만 인천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여야 하고 세종시는 중위소득 150%로 범위가 넓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에서는 “애초 지자체가 아닌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해야 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제가 확보한 1차 추경안에 따르면 지역고용사업은 지자체가 맞춤형 고용 정책을 개발해 정부에 보고하면 이를 심사해 국비를 지원하는 형태였지만 국회 심사 과정에서 무급휴직자·특고·프리랜서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선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여야 의원 모두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대책’을 추가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변재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