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캄 노우




1999년 5월26일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 노우(Camp Nou).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놓고 자웅을 겨뤘다. 핵심인 로이 킨과 폴 스콜스가 경고 누적으로 빠진 맨유는 일방적으로 밀리며 정규시간 끝까지 1점을 뒤졌다. 하지만 막판 교체로 들어간 테디 셰링엄과 올레 군나르 솔셰르가 추가 시간 3분 동안 연속 골을 넣어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축구 역사상 최대 명승부 중 하나인 ‘캄 노우의 기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날 우승으로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FA컵과 함께 ‘트레블(3관왕)’의 위엄을 달성했다.


카탈루냐어로 ‘새로운 경기장’이라는 뜻인 캄 노우는 수용 인원이 9만9,354명에 달하는 유럽 최대의 축구 경기장이다. 1954년 공사를 시작해 1957년 9만3,053명의 수용 인원으로 문을 열었다. 대대적인 보수로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때 12만 명까지 수용하게 됐지만 이후 UEFA가 입석을 금지해 현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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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 노우에서는 어느 경기장보다 명승부가 많았다. 1999년 결승전과 더불어 2017년 FC바르셀로나와 파리 생제르맹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은 ‘캄 노우의 기적’으로 불린다. 1차전에서 0대4로 진 바르셀로나는 2차전 다섯 골 차 승리로 합산 6대5 대역전승을 거둔다. 캄 노우는 팝스타들의 공연장으로 자주 사용됐다. 1988년 마이클 잭슨이 9만여명의 관중과 함께했고, 스팅과 U2 등 스타들이 이곳을 찾았다. 국내에서 2008년 개봉한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캄 노우의 경기 현장이 노출돼 화제를 모았다.

캄 노우가 개장 63년 만에 다음 시즌의 구장 명명권을 팔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를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이에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공동 소유주인 대마초 관련 회사 ‘스위스엑스’가 사겠다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스위스엑스 스타디움’으로 이름을 바꿔 대마초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결과를 봐야겠지만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펼치는 ‘엘 클라시코’를 볼 때마다 대마초를 떠올리게 될 상황이 유쾌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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