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국내 최초로 양문형 냉장고를 출시하면서 ‘냉장고 탑재 정수기’라는 개념을 알렸던 삼성전자가 변화한 시대에 맞춰 편의성을 높인 신제품을 내놨다. 비슷한 기능을 내세웠던 모델이 렌털 정수기에 밀려 단종된 지 7년 만이다. 가전업계는 정수기를 발판으로 렌털 사업에 진출하려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이 본격화 됐다고 보고 있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냉장고 내부에 정수기가 들어있어 관리하기 편하고 문을 열지 않아도 깨끗한 물과 얼음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이전 냉장고에 붙어있던 정수기가 필터관리가 어려워 소비자 외면을 받았다면, 신제품은 내장된 3개 필터를 손으로 간단히 조작해 갈아 끼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정수기 렌털이 널리 보급됐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이 협소한 주방공간이나 필터 가격 등을 이유로 정수기를 따로 두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특히 필터 교체에 대한 가격 부담, 번거로움 등을 해소하기 위한 제품이기에 필터 가성비도 높였다. 국내 냉장고용 정수기를 기준으로 이 제품은 최대 정수 용량인 2,300ℓ를 확보했다. 필터교체 시기는 1년에 1번이면 충분하다. 방문관리도 잦은 필터 교체도 필요없는 제품인 셈이다. 또 삼성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의 홈케어 매니저를 활용하면 필터 교체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필터 성능도 꼼꼼히 챙겼다. 냉장고 내에 탑재되는 정수기는 3개의 필터로 구성되며, 내부에는 세디먼트·프리카본ㆍUFㆍ카본 등 4단계 정수 시스템이 갖춰져 수돗물에 포함된 이물질과 냄새는 물론 중금속과 박테리아까지 제거해 준다. 물이 나오는 코크 부분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탈부착도 가능해 세척을 하거나 삶아서 사용할 수 있다. 정수기 위생을 중요하게 여기는 트렌드를 최대한 반영한 설계다. 삼성전자는 향후 4도어 제품에도 정수기를 탑재한 냉장고를 출시 예정이며 냉장고용 정수기 개발을 통해 축적된 기술을 향후 다른 제품에도 확장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미국 등지에서 보편화된 정수기 냉장고가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져 기존 제품 대비 사용 편의성을 대폭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했다”면서 “향후 삼성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경험으로 소비자들이 주방 가전에 기대하는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신제품이 렌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는 가전 시장이 성숙한 국내 시장에서는 렌털로 이익을 극대화 해야 한다는 지적이 중론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 영역’이라며 본격적인 진출을 꺼려왔지만 일찌감치 렌털에 뛰어들어 생활가전 매출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LG전자 사례가 있다는 점도 삼성전자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지난 27일 산업통상자원부 규제 샌드박스로 ‘정수·냉수·냉온수 업그레이드 가능 정수기 판매’를 신청해 임시허가를 따낸 것도 렌털사업부 개막이 초읽기 상황이라는 예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행법상 정수기나 냉수기, 냉온수기는 완제품으로서 각각 안전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하지만 규제 샌드박스로 통과된 아이디어는 기존 정수기에 냉수 또는 온수 키트를 부착하면 냉온 정수기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게끔 하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에 없던 정수기를 선보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의미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면서도 “당장 렌털 사업에 뛰어든다거나 관련 제품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