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의 향배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

노동시장 비대면·자동화·개별화

양극화와 사회갈등 극심해질듯

노사정 '인간위한 사회' 힘합쳐야

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김동원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14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의 3분의1이 사망했다. 그 결과 농촌 인구가 노동력이 부족한 도시로 진출해 농노가 없어졌으며 임금이 대폭 증가하고 노동자의 발언권이 현저히 향상됐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노동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BC(Before Corona)와 AD(After Disease) 시기 노동시장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팬데믹이 세계화의 후퇴와 장기불황으로 전이됨에 따라 신규채용이 줄어들면서 청년들의 장기 실업난이 우려되고 유동성 부족을 모면하기 위한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 때 항상 그렇듯이 여성·비정규직·고령자 등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해고되는 등 피해가 더 클 것이다. 외환위기 때와 같이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증가하고 취약계층이 빈민으로 전락하는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행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외국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어 3D 업종의 구인난이 심각해지는 반면 글로벌 공급 사슬의 위축으로 해외 공장이 국내로 되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일부 이뤄져 대규모 제조업은 고용활동이 소폭 증가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인간 간의 접촉을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하면서 사업장의 기계화와 자동화가 가속하고 로봇과 인공지능의 활용이 증가해 기계가 인간을 빠르게 대체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실업문제의 장기화, 고용 없는 성장이 예상된다. 반면 모르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게 돼 우버·에어비앤비·대리기사 등 공유경제와 플랫폼 이코노미는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은 분야에 따라 다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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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와 비대면 회의가 활성화되면 온라인으로 과업을 주고받는 프리랜서를 적극 활용하게 돼 노동유랑민(labor nomad) 계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상용직 비중이 줄고 임시직과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개별적인 비대면 고용이 보편화한다면 노동시장도 집단적 관계 중심에서 벗어나 개별적 관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다. 노동운동도 다중 집회가 어려워지면서 디지털 기술을 응용한 네트워크상에서 단체활동이 증가하는 사이버 노동조합주의가 더 활성화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인적자원 관리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외주화가 일상화되면서 조직 내의 구조가 단순하고 수평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채용이 활성화되고,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채용에서도 여성·외국인·고령자·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감소하며, 교육훈련은 집체교육보다는 주로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평가는 인간성·협조성 등 관계 측면에서 객관적인 과업수행 위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원격지에서 근무자의 근무실적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한 직무급과 성과급이 증가하고 호봉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재택근무는 장기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증가시키고 일과 생활의 균형과 부부 사이의 가사분담 등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AD 시대 노동시장의 키워드는 비대면화·기계화·온라인화·개별화·객관화다. 하지만 같은 환경에서도 주체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경쟁 중심의 사회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양극화가 확산하고 사회갈등이 극심해질 것이며 인간에 대한 배려가 강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이 적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 시대가 인간의 얼굴을 한, 인간을 위한 사회가 되도록 노사정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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