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비용 줄이자" 포스코 직원 연차도 소진

'연차 의무적 사용' 한시적 시행

노조 "협의 안하겠다" 반발 속

"철강 불황 깊어지나" 우려 커져




포스코가 비용절감을 위해 한시적 주4일근무제 도입을 추진한다. 매년 주어지는 직원들의 연차를 모두 의무적으로 소진해 비용절감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에 따른 비상경영 조치다. 포스코가 사상 처음 직원들의 연차 소진으로 비용을 줄이겠다고 나서자 업계에서는 철강 업계 불황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9일 철강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지난 24일 포항제철소 노동조합사무실에서 주4일제 시행에 대한 설명회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노무기획 담당자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로 2·4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돼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원가·노무비 절감이 불가피하다”며 “직원 연차를 모두 소진하는 방식의 한시적 주4일제를 시행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같은 날 노경협의회에도 이 같은 내용의 설명회를 열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직원 연차 소진으로 200억원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한시적 주4일제 시행 방안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연차 사용 촉진을 위해서는 노사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유력한 방안은 오는 5월부터 8월까지 총 4개월간 매주 금요일에 개인 연차를 사용해 주4일 근무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의 연차유급휴가가 부족할 경우 내년 연차를 당겨쓰고 교대근무는 대체근로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연차를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는 노조에 이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리자고 제안한 상태다. 포스코는 연차 소진 방침이 정해지는 대로 시행범위를 주요 계열사로 넓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가 주4일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포스코 노조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의 희생이 강요되는 상황에서 사측의 협의 요청에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의 한 직원은 “최근 부서 회의에서 주4일제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부서장 지침이 있었다”며 “반강제적인 연차 사용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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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직원 연차마저 비용절감을 위한 ‘수술대’에 올린 것은 불황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쳐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앞으로 경기전망까지 어둡기 때문이다. 수요처인 조선과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도미노 셧다운’에 철강 수요 위축 위기가 현실화했다. 포스코는 24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수출에서 각 10%를 점하는 미주와 유럽, 그리고 인도까지 수요 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어 “해외 생산공장 중 10곳이 현지 정부 방침에 따라 가동을 멈춰 다음달 4일 중단기간이 끝난다”면서 “현지 정부가 추가 중단 방침을 내면 2·4분기 영업손실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수익성 회복에 필수적인 제품 가격 인상도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포스코는 “조선 업체와의 후판 가격 협상이 이견으로 아직 타결되지 않았다”며 “연말까지 계약 시기를 확대해서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업황 악화 전망이 짙어지면서 포스코는 노무비 외에도 ‘혹독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쇳물 원료인 고철(스크랩) 구매를 중단했다. 제강공정에 스크랩을 투입하는 대신 용광로에서 생산되는 쇳물을 원료로 활용해 제조원가를 낮춘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비상경영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직원대의기구와 협의 중에 있으며 주4일제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특히 연차휴가 사용 부분에 있어서도 노사 합의가 우선이며 직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식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동희·이수민기자 dwise@sedaily.com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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