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언택트 육성' 시동걸었지만…핵심 원격의료는 변죽만 울려

■ 규제개혁 65개 과제 선정

내국인 도심 공유민박 허용 등

신산업으로 체질개선 의지 불구

이해충돌 큰 분야는 빠져 한계

'한국판 뉴딜' 디지털 기반 밑그림

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소상공인 지원방안과 비대면산업 규제혁신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홍남기(오른쪽 두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소상공인 지원방안과 비대면산업 규제혁신 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기재부



정부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연 첫번째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 10대 산업 분야 65개 세부 추진과제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규제혁파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경제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개최된 앞선 5차례 대책에서 내놓은 240조원 규모의 직접적인 대책과 비교하면 원격의료와 같은 굵직한 한방이 없고 일부 발표된 내용을 포함해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작지만 현장에서 수요가 많은 규제가 중심”이라며 “회의에서 홍 부총리도 묵직한 과제를 선정해 논쟁이 되거나 장관급 경로를 거쳐 해법을 찾을 수 있는 큰 주제를 발굴해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3015A05 10대산업분야과제


◇도심지역 내국인 대상 공유민박=정부가 이날 공개한 규제혁신 방안에 따르면 관광 분야에서는 도심지역에서 내국인을 대상으로 공유민박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의료 신기술 및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VR·증강현실(AR) 의료기기 품목을 신설하고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자(DTC) 검사를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소비자 직접의뢰 DTC는 56개 웰니스 항목으로 제한돼 있는데 70개로 검사항목을 넓혀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효과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10대 분야는 △데이터·인공지능(AI) △미래차·모빌리티 △의료신기술 △헬스케어 △핀테크 △ 기술창업 △산업단지 △자원순환 △관광 △전자상거래·물류 등이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10대 산업 분야에 뿌리 깊게 박힌 ‘규제 대못’을 뽑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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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올 12월 시행규칙을 개정해 전기·수소차에 적합한 안전검사 방법과 기준을 마련한다. 오는 6월 중에는 수소차 충전허용 압력을 확대하고 공원·체육시설에 충전소 구축이 가능하도록 법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초소형 전기차의 자동차 전용도로 주행 허용도 추진한다. 아울러 신기술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를 허용하고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해 소액송금업체의 송금중개업을 허용한다. 체크카드·모바일결제 등 저비용 결제수단을 이용해 거래할 때 신용카드 결제보다 우대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벤처기업 인증기간은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된다.

◇원격의료 등 핵심은 빠져=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2월부터 제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고 이달 19일까지 별다른 오진 사례 없이 13만건 이상 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고 정부의 이번 규제혁신 방안에도 이해당사자 간 충돌이 큰 사안이나 비대면(언택트)과 같은 알맹이는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해관계자 간 다툼으로 규제가 개선되지 않는 부분은 정부가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적극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한 간단한 진단부터 시작하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김 차관은 “비대면 진료나 원격의료 필요성을 많은 사람이 절감하고 있다”며 “국회도 새로운 시각과 에너지를 가진 분들이 들어오시니 21대에서는 실질적으로 속도감 있는 논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실제 규제개선 여부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학회장인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규제샌드박스를 시행할 때 주저하는 부분들이 있더라”며 “허가받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사실상 규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융합산업을 만들어내도록 부처 간 협력이 필요하다”며 “온라인 교육·쇼핑·진료 등을 하기 위한 여건을 개선하고 개인정보 규제를 과감히 풀어 언택트 이코노미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반 한국판 뉴딜 밑그림=이날 경제중대본 회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 차원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적극 추진하는 문제도 논의됐다. 정부는 대규모 토목공사 개념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해 디지털 기반의 대형 정보기술(IT) 프로젝트를 포함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그린 뉴딜’이나 문화 연관 ‘소프트 뉴딜’ 등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사업으로는 원격의료·원격교육 등 비대면 산업이 유력하게 꼽힌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이나 스마트시티·체육시설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도 후보군에 포함된다. 정부는 다음주 예정된 2차 경제 중대본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추진방향과 방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윤곽을 발표할 예정이다.
/세종=황정원·백주연·조지원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백주연·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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