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30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과도한 욕심과 지나친 소비를 줄이는 절제된 삶과 환경보호를 위한 자발적인 소욕지족(小欲知足)적 삶으로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에는 지금 코로나 정국보다 더 큰 불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행스님은 이날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한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 입재식에서 “두 달 이상 자발적 격리과정 속에서 일어났던 탐심(貪心)을 줄이고, 화나는 마음인 진심(嗔心)을 달래며, 어리석음을 깨우치는 치심(癡心)의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일상 방역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원행스님은 “오늘날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무명을 깨우쳐 준 것은 코로나19다.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눌 만큼 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며 “한국불교 전래 이래로 1,700여년 동안 지켜오던 음력 4월8일 부처님오신날까지 한 달 뒤로 미뤄야 할 만큼 시간까지 정지시켜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평범한 일상생활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고, 늘 마주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알게 됐다”며 “지금 우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 햇빛과 공기와 물과 흙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생명의 청정함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게 했다. 인간만의 이익을 위한 과도한 욕심과 지나친 소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제대로 알게 해준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조계종은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사찰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도에 들어갔다. 조계종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입재식을 열고 원행스님의 입재 법어을 시작으로 약사여래경 독경,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의 축원, 중앙신도회 회장의 발원문을 낭독했다. 이날 입재식에는 신도들이 몰리면서 1m 간격 유지와 마스크 착용 등 위생수칙이 지켜진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오후 7시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 점등식’ 행사가 열린다. 조계종과 연등회보존위원회는 황룡사 9층 탑을 본 따 만든 높이 18m의 황룡사 9층 탑등에 불을 밝힌다. 등은 오는 5월3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 때까지 밝혀진다. 이와 함께 서울 종로와 청계천 등 서울시 전역에는 5만여개의 가로연등이 설치된다. 5월23일에는 10만개의 연등이 행렬하는 연등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앞서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4월30일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을 한 달 연기해 5월30일 진행하기로 했다. 대신 법정공휴일인 4월30일 부처님오신날 당일에는 코로나19 극복과 치유를 위한 기도 입재식을 진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