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초동 아단법석] “상장사 12개 가진 회장님”… 김봉현, 라임 '뒷배'된 연유는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상장사를 정확하게 12개를 갖고 있다. 100% 다 갖고 있지 않지만 12개 갖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성북동의 한 빌라에 은신해 있다가 경찰에 체포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 그의 측근은 지난해 1월 한 금융권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김 회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지인이 김 회장의 뒤를 캐봤는데 다른 사람 명의 등을 통해 상장사 총 12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


김 회장은 실제로 상장사 12개 오너였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에 비추어 봤을 때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김 회장이 실소유했던 상장사로 확인된 곳은 스타모빌리티가 유일하다. 이마저도 2019년 4월에 인수한 것이다. 또한 인수 자금으로는 앞서 그가 수원여객에서 횡령한 자금 162억원 중 일부가 쓰이기도 했다.

김 회장의 측근이 왜 저렇게 믿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지난4월6일 중앙일보는 김 회장이 2018년8월 T사에 “여러 개의 코스닥 상장사와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다”며 CB 보유 내역을 보여주며 접근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김 회장은 “회사 인수 과정에서 급전이 필요하다”, “다른 회사에서 돈이 입금될 테니 다시 나에게 전해달라”는 식으로 T사에 총 78억원의 사기 피해를 줬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CB 보유 내역 등을 측근에게도 보여줬을 가능성이 있다.[참조 기사 ▶[단독]중앙지검도 ‘라임 김 회장’에 칼 뺐다···“CB담보 대출로 사기행각”]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등장한 김봉현
그렇다면 김 회장은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을까. 김 회장의 존재가 세간에 알려진 지는 채 두 달이 되지 않았다.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지난해 12월 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와의 나눈 대화 녹취록에서 라임의 자산을 인수해 정상화할 인물로 거론된 것이 계기였다. 특히 녹취록에서 김 회장은‘로비에 어마무시하게 (돈을) 쓰는 사람’으로 언급되면서 커다란 인상을 남겼다.

더군다나 김 회장은 녹취록에 나온 계획대로 한 자산운용사를 인수하고 재향군인회 상조회도 인수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러한 계획은 이미 틀어진 상태였다. 김 회장은 수원여객 횡령 사건으로 지난 1월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되자 도피한 상태였던 것.[참조 기사 ▶[단독] ‘라임 살릴 회장님’ 라임 연루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 발부, 도피 중]

곧이어 그가 스타모빌리티와 향군 상조회에서 연달아 수백억대 횡령을 저질렀다는 혐의가 불거지기도 했다. 특히 그는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가 스타모빌리티에 투자한 돈을 향군 상조회 인수 자금으로 갖다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달 23일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하고 있다./연합뉴스지난달 23일 성북구 한 주택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검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라임과 관련된 그의 역할이 더 많이 알려졌다. 그의 운전기사가 이종필 라임 부사장에게 아토피약을 갖다주는 등 도피를 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라임의 ‘뒷배’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또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 나가 있던 그의 친구 김모 금융감독원 팀장으로부터 라임의 사전 조사서를 받아본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그러나 김 회장의 이같은 스캔들은 오히려 독이 된 모양이다. 김 회장의 존재가 세간에 알려지자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검거전담팀을 꾸린 것. 경찰은 한 달에 걸친 추적 끝에 김 회장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김 회장과 함께 은신해 있던 이종필 라임 부사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까지도 붙잡는 쾌거를 올렸다.

‘라임 살릴 회장님’으로 등장해 한 달 반에 걸쳐 숱한 의혹을 양산하다 결국 이 부사장과 함께 검거된 김 회장. 그는 어떤 인물이었고, 그간 무엇을 도모했던 것일까. 라임의 ‘전주(돈줄)’ 혹은 ‘뒷배’ 역할을 한 게 맞을까.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토대로 라임과 얽힌 김 회장의 행적을 재구성해봤다.

2019년 1월, 수원여객 탈취 시도
김 회장이 라임을, 특히 이 부사장을 알게 된 정확한 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김 회장과 라임이 손잡고 일을 벌인 것으로 확인된 최초의 사건은 지난해 초 수원여객 탈취 시도다.

당시 수원여객은 스트라이커캐피탈이 2018년3월 라임으로부터 270억원을 대출받아 인수한 뒤 경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라임은 지난해 1월 스트라이커에 이틀 안에 돈을 갚으라고 통보했다. 만기가 됐을 때 돈을 갚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사유들이 있다는 게 근거였다. 스트라이커가 돈을 갚지 못하면 라임이 수원여객 주식을 가져갈 상황이었다.

다만 스트라이커는 이틀 안에 자금을 마련해 대출 상환에 성공한다. 그런데 그 직후 수원여객 법인계좌에서 162억원이 빠져나간 상태임을 발견한다. 이후 스트라이커가 임직원의 이메일 등을 조사한 결과 라임은 수원여객 주식을 김 회장 측에 팔아넘길 계획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김 회장은 다른 주주들의 주식을 추가로 확보한 뒤 다른 자산운용사에 웃돈을 받고 팔기로 계획을 짜놓았다. 김 회장은 이러한 거래의 계약금으로 이 부사장에게 30억원을 미리 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수원여객 자금 162억원을 빼돌려놓은 이유는 스트라이커가 대출 상환에 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출금 작업은 김모 수원여객 재무이사가 주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이사는 라임이 스트라이커에 162억원을 대출해주면서 그 자리에 앉히도록 한 인물이었다. 또 162억원이 건너간 법인들은 김 회장이 보유하고 있거나 관계 있는 곳들이었다.

김 이사는 이 작전이 실패하자 곧바로 해외로 출국했다. 이후 여태 한국에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도 사건 직후에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스트라이커 측이 이를 경찰에 제보하면서 출국금지를 당했고, 결국 나가지 못했다.

다만 김 회장은 사건 이후에 잠적하거나 도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장사를 인수한 뒤 라임과 사업을 벌이기 시작한다. 주범인 김 재무이사가 해외에 있는 때문에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리라 간주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4월, 스타모빌리티 인수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코스닥 상장사 인터불스를 인수했다. 코스닥 상장사의 실소유주가 된 것이다. 다만 차명주주와 바지대표를 내세우고 본인은 어떠한 서류에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초대 대표이사로는 김 재무이사의 장인인 박모씨를 앉혔다.

이때 인수 자금으로는 앞서 수원여객에서 횡령한 돈이 쓰인 것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경찰은 김 회장이 수원여객 횡령 자금 162억원 중 약 80억원을 인터불스 인수에 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김 회장은 40억원만 썼다고 주장한다고 한다.

김 회장은 인터불스를 인수하자마자 곧바로 신사업에 나선다. 아이템은 공유경제와 모빌리티였다. 이때 제주도에서 렌터카 사업을 하는 한 그룹사가 등장한다. 바로 김 회장의 고향 친구인 A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다. 김 회장은 앞서 측근 앞에서 A씨를 ‘절친’으로 언급하며 “2,000억원으로 총량제(가 적용되는)로 제주도 차(렌터카) 싹 쓸어버리자”는 복안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은 인터불스와 A씨 회사와의 인수합병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명을 스타모빌리티로 바꾼다. 그리고 A씨가 관리하는 5개 렌터카 업체에 영업보증금 명목으로 총 170억원을 지급한다 . 또 A씨의 렌터카 업체 한 곳을 30억원에 인수한다. 또 A씨의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실사보증금을 120억원을 법무법인 B사에 맡기기도 한다.[참조 기사 ▶[단독] ‘라임 金회장’ 상장사 망가뜨린 배후엔 제주 렌터카 큰손]


또 김 회장은 동시에 또 다른 상장사인 영인프런티어 인수에 뛰어든다. 지난해 7월 A씨의 회사를 앞세워 최대주주에 올라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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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은 이같은 김 회장의 사업에 약 1,000억여원의 자금 지원에 나선다. 우선 지난해 4월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을 통해 스타모빌리티의 전환사채(CB) 400억원어치를 인수해준다. 또 CB를 추가로 200억원어치 더 인수하기로 하며, 제주 렌터카업체에도 380억원 규모 펀딩 투자를 계획했다.

또 라임의 이 부사장은 스타모빌리티의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기준 약 4억원 가치였던 16만주를 보유했던 것. 특히 이 부사장은 지난해 11월까지도 이 회사 주식 5만주 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참조 기사 ▶ [단독] 라임 전 부사장, ‘라임 살릴 회장님’ 회사 주식 사들였다]

다만 김 회장의 신사업은 더 이상 진척되지 못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7월22일 라임의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쓴 것이 직격타였다. 이 기사 이후 라임에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들어오며 돈줄이 묶였고, 결국 580억원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시점부터 김 회장은 본인의 사업은 제쳐두고 라임 환매 중단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참조 기사 ▶6조원 굴리는 헤지펀드 라임…펀드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2019년 8월, 라임 구명 활동 시작
김 회장은 지난해 중순 이후 이 부사장과 자주 만나 라임 사태 해결 방안을 강구했다고 한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힘을 빌리기 위해 여러 만남을 시도했다고 한다. 다만 이는 별다른 성과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 회장은 외국계 사모펀드사를 라임에 연결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라임의 자산을 인수해가라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이 펀드사와 라임의 거래 역시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김 회장은 라임의 자산을 직접 인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그는 한 자산운용사와 향군 상조회를 인수해 직접 펀드를 조성하려 했음이 알려졌다. 이는 향군 상조회가 보유한 1,800억원 규모의 회원 예치금을 라임 자산 인수를 위한 펀드 자금으로 동원하려는 복안이었다.

우선 김 회장은 라임의 부동산금융 시행사인 메트로폴리탄을 앞세워 향군 상조회 인수전에 뛰어든다. 다만 한 차례 실패를 맛본다. 당시 인수대금 200억원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향군의 복지사업심의위원회에서 매각안이 부결된 것. 라임과 연관된 업체라는 것이 부결 이유였다.

그러자 김 회장은 직접 컨소시엄을 꾸려 재도전한다. 한 특수목적회사(SPC)를 내세우고는 모 코스닥 상장사 등 세 개 업체와 자신의 페이퍼컴퍼니인 비즈제이홀딩스를 주주사로 구성한 것. 인수대금도 320억원으로 올린다.

이 SPC는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리고 올해 초 상조회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면서 인수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로비를 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다만 로비 대상과 방법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김 회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2일 25억원을 들여 제이에스자산운용 인수에도 성공한다. 또 김 회장은 이들 회사 인수와 별도로 ‘라임 인수단’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19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회장은 라임운용 직원 한 명을 대표이사로 세운 뒤 고문 2명과 감사, 준법감시인, 마케팅·홍보본부, 대체관리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으로 인수단을 구성하기로 했다.[참조 기사 ▶[단독]“靑 자문단 사람도 받았다”는 라임인수단 명단 살펴보니]

이런 와중에 김 회장은 이 부사장의 도피까지도 직접 챙긴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은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서 라임 자금을 투자해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이 부사장은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하는 것을 택한다. 그 상황에서 김 회장은 직원들을 시켜 이 부사장의 스타모빌리티 주식을 처분해주고 그에게 아토피 약을 전달하는 등 은신을 이어갈 수 있게 돕는다.

다만 이같은 준비를 마치고도 라임 자산 인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 회장 역시 도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경찰이 김 회장에 대해 수원여객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열린 것. 김 회장은 두 차례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잠적했다.

2020년 1월, 잠적 후 회사 연쇄 횡령
김 회장은 도피하는 신세가 되자 회삿돈을 빼내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 3월 향군 상조회를 보람상조에 매각했다. 그런데 보람상조는 향군 상조회 인수 직후 약 380억원 가치의 자산이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이 자산들은 김 회장이 자주 이용하는 법무법인 B사와 김 회장 본인의 페이퍼컴퍼니인 아바드코퍼레이션, 그리고 향군 상조회 매각 당시 브로커로 활동한 장모씨의 회사 등으로 빠져나갔다. 보람상조는 이중 펀드와 부동산에 해당하는 180억원은 되찾아오는 데 성공했으나 나머지 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김 회장은 자신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서는 517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가 불거졌다. 사측은 지난해 12월 A씨의 렌트카 회사 인수 계약금으로 나간 200억원과 올해 1월 5개 렌트카 업체 영업보증금으로 나간 125억원, 한 식품회사 인수를 위한 실사보증금으로 나간 192억원을 김 회장이 횡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중 200억원은 대부업계 큰손 김모씨가 받아갔으며, 125억원과 192억원은 김 회장의 자금책인 김모 스타모빌리티 사장이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법무법인 케이앤오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보낸 195억원 상환 요청 공문. /김기정기자지난 2월 법무법인 케이앤오에서 ‘라임 살릴 회장님’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보낸 195억원 상환 요청 공문. /김기정기자


특히 이중 192억원은 라임의 환매 중단 펀드에서 스타모빌리티로 건너간 돈이 횡령된 것이어서 업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라임은 스타모빌리티에게 기존 투자금을 상환하라는 용도로 195억원을 건넸는데, 김 회장은 이를 상조회 인수 자금으로 갖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다만 김 회장이 상조회 인수한 다음에 이 돈을 되갚을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여간 결과적으로 라임은 환매 중단 상태에서 195억원을 추가로 날린 셈이 됐다.[참조 기사 ▶[단독] ‘라임 살릴 회장님’ 라임 돈으로 상조회 인수]

또 제이에스자산운용에선 김 회장이 인수한 직후 15억원이 대여금으로 빠져나갔다가 아직도 되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이러한 횡령 혐의로 김 회장을 고소한 상태다.

2020년 5월, 검찰 조사 개시
김 회장과 라임의 관계는 이처럼 시간이 지나며 변해온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라임의 작전 파트너였다가 이후 라임 피투자사 오너가 됐다. 그러다 라임이 환매 중단 사태를 겪자 전면에 나서 라임의 구명을 도모해왔다. 다만 김 회장 본인이 라임에게 전주 역할을 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특히 라임 사태의 핵심인 이 부사장에 대한 김 회장의 영향력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사장은 라임 사태가 불거진 뒤 김 회장과 함께 교회를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수요예배까지 참석하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고 한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고향친구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달 18일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고향친구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달 18일 라임 사태 관련 뇌물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연합뉴스


이처럼 김 회장이 라임 사태에 깊숙이 연루되면서 그의 주변 인물들은 검찰 수사를 받고 줄줄이 구속된 상태다. 그를 수행하던 운전기사는 김 회장의 지시를 받아 수행한 업무에 이 부사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가 적용되어 구속기소됐다. 스타모빌리티에 대한 라임의 투자를 전담한 김모 라임 본부장은 스타모빌리티로부터 골프장 회원권을 받아써 온 가운데 김 회장의 스타모빌리티 자금 횡령을 도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김 회장의 고향 친구인 금감원 김 팀장(전 청와대 행정관)은 김 회장으로부터 법인카드 등 향응을 받으면서 금감원에서 라임의 사전 조사서를 빼내 김 회장에게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제는 김 회장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을 시간이다. 경기남부청 지수대는 이날 김 회장의 수원여객 횡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으로 김 회장은 라임 사태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에서 집중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남부지검에는 라임 사태뿐만 아니라 김 회장이 횡령한 세 회사의 고소 사건도 배당돼 있다. 검찰이 이처럼 김 회장이 벌여온 일들, 특히 로비 의혹을 얼마나 밝혀낼지가 주목된다.

한편 앞서 김 회장을 ‘상장사 12개 보유한 회장님’으로 여겼던 측근은 몇 달 지나지 않아 그것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다만 김 회장은 이번 라임 사태의 중심에 서면서 사람들의 인식 속에 그에 버금가는 ‘거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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