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이탈리아가 두 달간 이어진 봉쇄조치를 완화하면서 약 450만명이 일터로 복귀했다. 스페인과 벨기에·포르투갈·그리스 등 여타 유럽 국가도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지났다고 판단해 일부 공장과 상점 등의 가동 및 영업재개를 허용하면서 경제 정상화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유로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부터 봉쇄조치를 기존 1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과 도매업, 건설공사 작업 등이 정상화되고 지난 3월 초부터 자택에 갇혀 있던 약 450만명이 직장에 복귀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비상사태의 2단계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의 1단계 조치보다는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은 통제된다. 술집과 식당은 영업을 재개했지만 테이크아웃 주문만 가능하다. 결혼식은 여전히 금지되며 장례식은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최대 15명만 참석할 수 있다.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약국·서점 등은 영업이 재개되지만 그 외 업종은 최소한 오는 18일까지 영업이 중단된다. 학교와 영화관·극장 등의 재개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친척 방문은 허용되지만 친구 방문은 여전히 제한된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9일 유럽에서 처음으로 전국 이동제한령과 휴교령, 비필수 업소·작업장 폐쇄 등 고강도 봉쇄조처를 발효한 바 있다.
이탈리아 외에 스페인도 이날부터 면적 400㎡ 이하 중소상점의 경우 사전 예약을 받는 경우에 한해 영업재개를 허용했다. 벨기에는 제조업과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 등 소비자와 접촉이 없는 업체의 재가동을 허용했으며 그리스도 미용실과 서점 등 전체 상점의 10%가량이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포르투갈은 중소상점과 미용실·자동차판매업소 등의 영업재개를 허가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 국제적 대응 약속 온라인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진단법 개발에 74억유로(약 9조9,0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우리가 백신을 개발하지 않으면 그때까지 이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라며 EU 집행위는 10억유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1만1,938명, 사망자는 2만9,079명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1,503명으로 3월10일(977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완치자와 사망자를 뺀 현시점의 실질 감염자 수는 9만9,980명으로 바이러스 확산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밑까지 떨어졌다. 이탈리아의 실질 감염자 수는 지난달 19일 18만25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