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단독] '임수경 기밀 비공개' 논란 속... 정부 "외교문서 공개 심사강화"

■외교부, 돌연 개정안 입법예고

문서 예비심사위원 증원..."문서량 증가 대비"

林문건 논란 감안 '심사절차 신뢰 제고' 분석도

한변은 24일 정보공개 거부 취소 행정소송 제기

임수경 전 의원이 지난 1989년 9월 기자회견 중 전대협가(歌)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임수경 전 의원이 지난 1989년 9월 기자회견 중 전대협가(歌)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1989년도 밀입북 관련 기밀문서 공개 여부가 최근 법정 다툼까지 번진 가운데 외교부가 돌연 30년이 지난 외교문서 공개와 관련한 심사 과정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관련기사> ▶[단독] 법정으로 넘어간 '임수경 밀입북' 기밀문서 비공개

6일 정부에 따르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외교부령인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외교부는 우선 30년이 경과한 외교기록물 공개 여부를 심사할 예비심사원 수를 기존 5~7명에서 5~10명으로 늘린다. 내년부터 1990년대 이후 외교문서들이 심의 대상에 오르는 만큼 문서량 증가에 대비한다는 명목이다. 외교부는 또 외교문서공개심의회 위원 명칭 중 ‘재외동포영사대사’를 ‘재외동포영사실장’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 안에 대한 국민 찬반 여부를 오는 6월15일까지 받아 최종 공포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30년이 경과한 외교기록물의 공개 심사 절차를 강화하고 외교문서공개심의회 위원 명칭에 ‘외교부와 그 소속 기관 직제’를 반영하기 위한 개정안”이라고 입법예고 취지를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외교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마련된 ‘연례 외교문서공개제도’에 따라 1994년부터 매년 30년이 지난 기밀문서를 공개하고 있다. 예비심사위원은 외교부 소속 공무원이나 관련 전문지식·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5~7명을 외교부 장관이 임명하게 돼 있다. 외교문서공개심의회는 위원장인 외교부 1차관을 비롯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차관보·대변인·공공외교대사·기획조정실장·의전장·다자외교조정관·경제외교조정관·재외동포영사대사(재외동포영사실장으로 변경 추진) 등으로 구성된다. 외부인으로는 예비심사위원 경력이 있는 전문가 1명이 포함된다.

1989년 평양으로 밀입북한 임수경 전 의원이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동상에 헌화를 한 뒤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1989년 평양으로 밀입북한 임수경 전 의원이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의 동상에 헌화를 한 뒤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개정안에 무엇보다 관심이 쏠린 것은 외교부가 해당 제도와 관련해 최근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3월31일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24만여쪽)의 외교문서를 기밀에서 해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임수경 밀입북 기밀문서’는 한 건도 포함하지 않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외교문서공개심의회와 관련된 당국자는 “문서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겠고,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임 전 의원과 관련된 외교문서는 160쪽가량에 달하는 것으로 추후 파악됐다. 이번 개정안을 통한 예비심사위원 수 증가가 ‘문서량 증가 대비’뿐 아니라 공개 심사 절차에 대한 ‘신뢰도 제고’ 목적도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보수 성향의 변호사단체인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은 외교부의 이 같은 조치에 반발해 지난달 24일 서울행정법원에 강 장관을 대상으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앞서 한변은 “언론 보도 등 이미 다양한 형태로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조차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외교부는 이를 거부했다. 외교부는 1989년 당시 정보당국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 공산국가에 대한 자유진영의 전략 노출 우려 등을 이유로 “외교문서공개심의회의 판단은 적절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련 소송의 첫 재판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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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 밀입북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임종석 당시 전대협 의장. /연합뉴스임수경 밀입북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임종석 당시 전대협 의장. /연합뉴스


‘임수경 밀입북 사건’은 한국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임 전 의원이 1989년 6월30일부터 8월1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던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참석한 사건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임 전 의원은 서울에서 일본 도쿄까지 관광 목적으로 출국해 독일 서베를린·동베를린, 러시아 모스크바 등을 거쳐 평양으로 들어갔다. 이는 당시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기획·주도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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