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상승에 베팅하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원유 기업 투자가 원유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채권(ETN) 투자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원유 기업들의 주가는 국제 유가와 유사한 궤적을 보이는데다 특히 원유 선물 투자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는 ‘롤 오버(선물의 월물 교체)’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으로 원유 기업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증권가에 따르면 원유 선물 ETP(ETF·ETN)의 대안 투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원유 선물 ETP로 대거 달려들었지만 괴리율 등의 문제를 일으키며 주기적으로 거래정지 조치를 받으면서다. 이에 국제 유가의 변동을 큰 흐름에서 따라가는 원유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에 주목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우선 언급되는 분야가 원유 기업을 담고 있는 ETF다. 국내에서는 ‘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H)’ ETF가 대표로 꼽힌다. 이는 ‘S&P Oil & Gas Exploration & Production Select Industry’ 지수를 추종하며 미국의 원유 및 가스 탐사 및 생산기업에 투자한다. 미국 ETF인 ‘SPDR S&P Oil & Gas Exploration & Production’도 같은 지수를 따라가 원유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TIGER 글로벌자원생산기업’ ETF도 국제 유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데 산업용 금속 등과 같은 원자재 기업도 투자한다.
MLP(Master Limited Partnership) 펀드도 원유 선물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분야다. MLP 펀드는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인프라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미국의 ‘Alerian MLP’ ETF 등이 있다. MLP는 에너지 인프라 기업(미드스트림)에 투자하는 까닭에 원유 기업을 편입하는 ETF보다 국제 유가와의 상관관계는 다소 낮다.
기업 주식을 직접 매입할 수도 있다. 원유 기업 ETF들이 주로 담는 미국의 엑손모빌 또는 국내 정유주 등으로 유가 상승의 기대가 모아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국제 유가가 강세를 보이자 SK이노베이션(3.41%), 에쓰오일(2.35%), 흥구석유(2.17%) 등 정유주들은 강세를 기록했다.
원유 기업 투자는 ‘롤 오버’가 필요 없다는 게 큰 장점으로 꼽힌다. 선물의 경우 일반 주식과 달리 투자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월물 교체가 필수다. 하지만 이 과정이 진행되면 비용 등으로 상품의 가격 변동성이 생긴다. 이에 최근 원유 ETP는 잦은 월물 교체로 투자자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반면 기업의 주식 투자는 이 같은 우려를 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국제 유가 상승의 시점을 다소 길게 보고 있는 투자자인 경우 원유 기업 투자가 더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수익률도 많이 회복했다. ‘KBSTAR미국S&P원유생산기업’의 경우 3개월 성과가 -34.31%에 머무를 정도로 바닥을 기었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51.94%로 큰 회복세를 보였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유 기업 ETF는 국제 유가의 반등세와 그동안 큰 낙폭에 대한 되돌림으로 최근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원유 선물이 아닌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분산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제 유가의 향방을 점치기가 쉽지 않고 미국의 원유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좋지 못해 주가 변동성이 크다”며 “관련 ETF를 매수하더라도 전체 포트폴리오 중 일부만 차지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