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총수 일가와 경영진이 특정 계열사에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한 회사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늘리는 과정서 주력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서 성장하는 ‘일감 몰아주기’ 구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안재천 부장판사)는 7일 박태영 하이트진로 부사장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박 부사장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의 장남이다. 함께 기소된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김창규 상무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하이트진로에도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이들 경영진은 지난 2008~2017년 계열사인 서영이앤티에 맥주캔의 제조·유통을 맡겨 약 30억여원 규모의 일감을 몰아준 혐의를 받는다. 하이트진로는 5억원 규모의 인력과 더불어 맥주캔 원료인 알루미늄코일과 밀폐용기 뚜껑 납품대금 명목으로 각각 8억5,000만원, 18억6,000만원 등을 서영이앤티에 지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사안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해 수사기 이뤄졌다. 공정위는 고발과 별도로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하이트진로 측은 이에 불복해 현재 소송 중이다.
재판부는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며 이 행위가 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영이앤티가 하이트진로의 지주회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 지분을 사들이면서 차입금 부담이 커지자 계열사의 일감을 주는 식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지원행위는 박태영의 경영권 승계 비용을 보전하려는 측면이 강하다”며 “판로개척 등 경영판단은 개입돼 있지 않고, 오직 박태영의 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행위로 참작할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원 대상을 맥주캔, 알루미늄코일, 밀폐용기 뚜껑 등으로 다양하게 바꾼 데 대해서는 “미필적으로나마 위법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다른 위법을 발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