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본지가 국내 대표 신용대출 업체인 렌딧의 최근 3년간 대출채권 매각 사례를 추적한 결과 투자손실률(약정수익률에서 손실분)은 5.2%로 집계됐다. 투자손실률은 ‘(누적부도발생액 -매각회수금) ÷ (전체취급대출액 - 대출잔액)’의 방식을 적용해 계산했다. P2P 신용대출 연체율은 꾸준히 공개됐지만 투자손실률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렌딧 측은 “같은 기간 대출잔액을 포함한 전체취급대출액으로 계산하는 공식(부실률)을 적용하면 4.2%”라며 “지난 58개월 동안 부도금액과 수수료를 뺀 세전 평균수익률 역시4.5%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익률을 공개하는 것은 업계 최초”라고 해명했다.
P2P 신용대출은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중금리 시장 창출 등을 명분으로 P2P 금융이 법제화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기존 금융권 심사평가모델과 다르게 머신러닝 기법을 사용해 각종 금융 데이터의 트렌드를 분석하는 등 고도화된 심사모델을 내세워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실질수익률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신용대출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최종적으로 손에 쥔 수익이 은행예금보다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P2P업계에서는 그동안 평균 10% 안팎의 신용대출 상품을 주로 취급했다. 하지만 5%가 넘는 투자손실률에다 이자소득세 27.5%, 1~2%의 플랫폼 수수료 등을 모두 공제한 ‘실질수익률’은 대폭 낮아진다.
실제 본지가 지금까지 신용대출을 취급한 적이 있는 P2P업체들의 평균 실질 수익률을 전 대형 P2P업체 CFO 및 학계 전문가, 메이저 자산운용사 등에 의뢰해 계산한 결과 0%~2% 대 사이인 것으로 추산됐다. 국내 대표 P2P업체 경영진으로 재직했던 A씨는 “막상 사업을 해보니 각종 수수료와 세금을 모두 제외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손에 쥐는 수익률은 원금을 겨우 얻는 수준이었다”며 “다만 회사마다 수익률을 계산하는 방법이 다르고 심사 역량 등에 차이가 있어 정확한 수익률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고객을 발굴 및 지원하려면 단순 신용등급 외 차주의 상환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데이터는 막상 확보하기 쉽지 않아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P2P업체의 한 대표는 “자영업자만 해도 대출심사 시 카드매출 추이 등 상환 가능성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데이터가 어느 정도 있지만 신용대출 분야는 활용할 만한 데이터가 사실상 없다”며 “신용대출 시장으로 확장하려다 포기한 가장 큰 이유”라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P2P 신용대출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는 갈수록 줄어 손가락에 꼽는다.
이승행 초대 P2P금융협회장은 “신용대출 시장의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 보니 일부 원금손실 사고가 몇 건만 발생해도 손실률 등 전체 지표가 단번에 악화된다”며 “당분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투자를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신용대출 모델은 누가 와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P2P 신용대출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려면 현재 P2P 시장의 주력으로 자리 잡은 부동산 대출보다는 사회적 순기능이 큰 만큼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채일권 글로벌인프라연구소 투자법인 대표는 “관대한 개인신용회복제도 등으로 차주들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파산신청 유인이 큰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아무런 담보가 없는 게 현주소”라며 “개인회생과 법인 파산을 앞둔 사람들이 마지막 탈출구로 P2P 신용대출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제도적 허점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명분만 좋을 뿐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비즈니스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박진용·이지윤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