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스포츠

[이사람] ‘흥자매’ 이재영·다영 “실력·끼 코트에 두배로...‘쌍둥이가 쌍둥이 했다’ 꼭 들을래요”

여자배구 재영·다영 FA 대박 치며

프로 6년 만에 흥국생명서 한솥밥

대표팀 레프트·세터로 쌍끌이 인기

땀 흘리고 노력한 만큼 운도 따라

서로의 쓴소리가 지금 우리 만들어

전성기 멀었죠, 어리니까…다 덤벼

올림픽 메달 따고 레전드로 남을것

여자배구 슈퍼쌍둥이 이다영(왼쪽), 이재영이 등을 맞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권욱기자여자배구 슈퍼쌍둥이 이다영(왼쪽), 이재영이 등을 맞대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권욱기자




동생 이다영(왼쪽)과 언니 이재영. /용인=권욱기자동생 이다영(왼쪽)과 언니 이재영. /용인=권욱기자


동생 이다영(왼쪽)과 언니 이재영. /용인=권욱기자동생 이다영(왼쪽)과 언니 이재영. /용인=권욱기자


쌍둥이 자매는 평소 서로에게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인정사정없는 나무람에 가까운 말들이다. 언니는 “학창시절보다 프로에 와서 훨씬 더 무섭게 쓴소리를 많이 주고받는다”며 “심하다 싶은 얘기들도 많아서 순간적으로는 마음의 상처가 되기도 하지만 곱씹어보면 다 맞는 말”이라고 했다. 5분 늦게 태어난 동생은 “나긋나긋하게 하는 얘기는 입에 발린 소리 같아서 들으면 흠칫 놀란다. 꿀 같은 소리는 들을 때만 좋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거들었다.

언니는 이재영(24), 동생은 이다영(24·이상 흥국생명). ‘슈퍼쌍둥이’라는 별명으로 국내 스포츠계를 뒤흔들고 있는 배구자매다. 지난 7일 경기 용인의 흥국생명연수원 체육관에서 둘을 만났다. 지난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자매는 지난달 이재영이 흥국생명과 재계약하고 이다영이 언니의 소속팀으로 이적하면서 2014년 프로 데뷔 이후 6년 만에 마침내 한 팀에서 뭉쳤다. 일찌감치 국내 최고 레프트 공격수라는 찬사를 들어온 언니와 최고 세터로 성장한 동생은 각각 3년 총액 18억원·12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재영은 2015년 신인상을 시작으로 2017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지난해는 통합 MVP까지 차지했다. 대표팀에서는 ‘월드스타’ 김연경과 쌍포를 이룬다. 이다영은 야전사령관 격인 세터 포지션에서 대표팀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리그에서는 공격형 세터로 이름을 떨치며 지난 시즌까지 세 시즌 연속 베스트7에 들었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서로의 쓴소리가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한 것 같으냐는 물음에 이재영이 “99.9%”라고 답하자 이다영은 “99.9999…%”라며 장난스럽게 언니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둘 사이에는 “정신 차려야 할 땐 똑바로 차려라” “치고 올라올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여기서 만족하려는 거냐” 같은 채찍질은 애교 수준이란다.

쌍둥이의 어머니는 88서울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 세터 출신의 김경희씨, 아버지는 86서울아시안게임 해머던지기 대표 이주형씨다. 국가대표 부부는 딸 셋,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그중 셋이 배구를 한다. 막내아들은 고교 유망주이고 맏이는 잠깐 펜싱을 하다가 지금은 메이크업 일을 하고 있다. 어머니 김씨는 시즌 때면 각기 다른 곳에서 경기하는 쌍둥이를 응원하러 다니느라 운전대를 놓을 틈이 없었다. 다음 시즌부터는 이동이 한결 편해지는 셈이다. 이재영은 “기름값이 어마어마하게 나갔는데 그 돈은 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이다영은 “(언론에) 한 팀으로 같이 나오니까 ‘네가 왜 거기서 나와’라시며 아직은 어색해하신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함께 배구에 입문한 쌍둥이는 초중고교 시절 늘 한 팀이었다. 고3이던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합작했고 올해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1위를 할 때도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같은 유니폼이 어색하지 않다. 둘은 프로 들어 각기 다른 팀에서 뛰면서도 “‘언젠가는 다시 뭉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이재영, 2순위 이다영의 대결로 화제를 모은 2014년 경기는 그 당시 여자프로배구 사상 최고 시청률(1.31%)을 기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19~2020시즌은 평균 시청률 1.05%가 나왔다. 여자프로배구 역대 최고를 찍었고 남자부 시청률은 물론 2019시즌 프로야구 시청률까지 앞질렀다. 리그 최정상의 기량을 갖춘데다 팬서비스도 화끈한 쌍둥이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자매의 ‘합체’는 V리그 여자부의 흥행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다영이 뿌리는 다양한 패턴의 토스를 이재영이 돌고래 같은 탄력을 이용해 내리꽂는 그림을 팬들은 벌써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다. 흥국생명이 두 시즌 만에 통합 우승을 이룰 것인지가 새 시즌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 시즌이 끝나는 1년 뒤 어떤 얘기를 듣고 싶으냐는 물음에 이다영은 “‘쌍둥이가 쌍둥이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재영은 역시 이재영이었다’ ‘쌍둥이는 역시 쌍둥이였다’ 이런 말 정말 듣기 좋을 것 같아요. 아, 우리 둘보다는 팀이 중요하니까 ‘흥국이 흥국했다’가 더 좋으려나?” 이재영이 맞장구를 쳤다. “맞아, ‘역시 흥국이다’ 이런 말. 아, 저는 ‘볼 만했다’는 말도 심플하지만 와 닿을 것 같아요.” 자매에게 질문 하나를 던지면 답변은 이렇게 둘 간의 랠리를 거쳐 돌아왔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아녜요, 이제 시작인 걸요(다영)” “나이도 어리고(재영)” “‘나이 깡패’랄까(다영)” “다 죽었어(재영)” “덤벼(다영)”로 마무리되는 식이다.


1년 뒤의 영광을 위해 자매는 이번주부터 오전9시30분부터 저녁까지 웨이트·필드트레이닝, 회복운동 식으로 이어지는 팀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에 임하는 이재영과 이다영의 키워드는 각각 ‘운’과 ‘땀’이다. 이재영은 “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운이 나한테 따라준다는 말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올 1월 경기 직후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던 이다영은 “지난 시즌 숙소 책상에 ‘내 땀은 다른 사람의 땀보다 많아야 한다’고 적은 메모를 붙여놓고 그대로 하려고 노력했다. 지금도 변함없는 마음”이라고 했다. 언니가 “선천적으로 땀이 적은 사람은 어떡하느냐”고 괜스레 ‘태클’을 걸자 동생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가 “어쨌거나 연습량에 따라 코트에서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고쳐 말했다. 이번에는 언니도 “당연하지만 정말 맞는 얘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쌍둥이의 10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이다영은 “그때면 서른다섯쯤이니까 은퇴하거나 은퇴를 고민하고 있을 것 같긴 한데 이제 막 바쁘게 자라나는 단계라 먼 훗날에 대한 상상은 잘 안 하게 된다”면서 “배구를 그만두면 운동을 떠나서 지금의 엄마처럼 살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했다. 이재영은 “저희는 어릴 때부터 ‘배구를 몇 살 때까지 하고 그만하자’는 얘기를 한 번도 나눠본 적이 없다”면서 “해볼 만큼 해보자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배구인생에서 쌍둥이의 가장 큰 목표는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과 리그의 ‘레전드’로 기억되는 것이다. 올림픽 본선 경험은 이재영만 한 번 있다. 스무 살 때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나갔고 대표팀은 5위를 했다. 한국 여자배구는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동메달 이후 45년 만의 메달에 도전한다. 이재영은 “리우 대회는 워낙 어렸을 때라 신기한 마음이 가장 컸지만 지금의 다영이와 저에게는 나름 (리그와 대표팀) 경험이 쌓였으니 둘이 같이 올림픽에 나간다면 서로의 책임감이 필요할 것 같다. 리우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다영은 “좋은 몸 상태로 즐기자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나갔던 올림픽 예선전도 막상 닥치니 무게감이 컸다”며 “그래도 예선을 치러본 경험이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설렘 반 걱정 반”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흥이 넘쳐 ‘흥자매’로 불리는 두 자매의 인터뷰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다영이 레전드 얘기를 하면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이라고 설명을 보태자 이재영은 “너의 끼에?”라고 장난을 걸었다. 쌍둥이 인기몰이의 바탕에도 바로 주체할 수 없는 끼가 자리 잡고 있다. 둘의 거침없는 댄스 세리머니는 올스타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혔다. 자매는 시즌 내내 풍부한 표정과 확실한 제스처, 톡톡 튀는 말투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기비결을 직접 분석해달라는 요청에 이다영은 “잔망스러워서? 남들이 하지 않았던 것을 많이 하니까”라고 툭 던졌다. 이내 이재영이 말을 보탰다. “일단 꾸밈이 없잖아요. 한 번 빠지면 못 헤어나겠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용인=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She is…

이재영

△1996년 전북 △진주 경해여중, 선명여고 △2014년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 1순위(흥국생명)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4~2015시즌 신인상 △2016~2017·2018~2019 정규리그 MVP △2018~2019 챔프전·올스타전 MVP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1위

이다영

△1996년 전북 △진주 경해여중, 선명여고 △2014년 프로배구 V리그 1라운드 2순위(현대건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7~2018시즌 1R MVP △2019~2020 3R MVP △2019~2020 세 시즌 연속 베스트7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 1위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